운영 미숙으로 눈물 삼킨 아시안게임은 "빨리 이겨내려고 했다"며 '훌훌'
(창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혼성 권총에서 메달을 놓친 '사격 황제' 진종오(39·KT)가 개인전에서는 꼭 금메달을 국민에게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종오는 2일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8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10m 공기권총 혼성 본선 경기에서 9위로 경기를 마감해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진종오는 393점에 엑스 텐 13개로 사대에 선 124명의 남녀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그러나 파트너인 곽정혜(IBK기업은행)가 376점으로 흔들려 5위까지 주는 결선 티켓을 얻지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진종오에게도 이번 대회는 더욱 특별하다.
올림픽 다음으로 큰 무대인 세계선수권대회를 안방에서 처음으로 치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진종오가 태어나기 전인 1978년 서울 태릉 대회 이후 40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한 세계선수권대회다.
경기가 끝난 뒤 진종오는 "많은 분이 응원 와주셔서 긴장이 좀 되더라"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결과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6일) 10m 개인전은 긴장을 덜 해서 금메달을 (국민께) 안겨드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창원국제사격장은 휴일을 맞아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진종오는 "한국에서 사격이 이렇게 인기 있다는 생각에 너무 좋았다"면서 "9점을 쏘니 탄식하고, 10점 쏘니 환호해주시며 정숙하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관람객의 관전 매너에 엄지를 세웠다.
권총 혼성 경기는 진종오와 묘한 인연을 가진 종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혼성 종목을 추가 편성하기 위해 진종오가 올림픽에서 3연속 우승한 권총 50m 종목을 폐지했다.
여전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열리지만, 진종오는 이번 대회 50m에 나서지 않는다.
진종오는 "두 번째 나서는 혼성 경기"라며 "좋은 성적을 내려면 국제대회도 자주 참가하고, (혼성) 팀을 결성하면 국내 대회에도 그 팀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내 대회는 소속팀이 각자 달라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그는 "빨리 선발전 해서 멤버가 결정되면 국내 대회에서도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종오는 지난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아픔을 겪었다.
모든 걸 다 갖고도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는 사실상 마지막이었던 이번 대회에 많은 걸 걸었다.
그러나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주최 측의 운영 미숙으로 시사(시험 사격)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5위로 경기를 마쳤다.
당시를 떠올린 진종오는 "기계적 결함이고 운이 없었으니 빨리 이겨내려고 했다"면서 "이번 대회는 그런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풀어가도록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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