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게츠 AIBA 사무국장 "모든 국제대회에 항의할 권리 인정"
(자카르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북한 여자복서 방철미(24)의 판정 불복 사태로 또다시 편파 판정 논란이 재연되자 국제복싱협회(AIBA)가 관련 규정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톰 버게츠 사무국장은 2일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AIBA는 공정한 경기를 보장할 책임이 있으며, 우리를 이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BA는 이사회를 열어 판정에 대한 항의를 허용키로 의결했다"며 "기술규정위원회에서 관련 규정을 손보고 있다. 이제 AIB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서 새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방철미는 전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플라이급(51㎏) 결승에서 중국의 창위안(21)에게 2-3 판정패했다.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믿기지 않는 결과가 나오자 방철미는 링을 떠나지 않았다. 아예 링에 주저앉아서 신발을 벗었다. 박철준 북한 코치도 링으로 들어와 심판진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링 밖에서는 박일남 북한 코치가 수건을 휘두르며 울분을 토해냈다. 관중은 방철미의 이름을 연호하며 북한의 항의 시위에 힘을 실어줬다.
AIBA 기술규정 5항에는 "어떠한 항의도 허용되지 않으며, 심판의 판정이 곧 최종적"이라고 쓰여 있다. 아무리 항의해도 판정을 바꿀 도리가 없다.
방철미, 박철준 코치가 심판진의 제지에도 따르지 않고 링 위에서 항의를 이어가자 결국 인도네시아 경찰이 출동했다.
둘은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지못해 링을 떠나야 했다.
방철미는 이어진 시상식에서 중국 국기가 올라가자 고개를 돌렸고, 메달리스트들을 위한 포토 세션에도 응하지 않았다.
AIBA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서 심판 판정이 논란이 됐던 것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극치에 달했다.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 무려 36명의 심판과 관계자가 징계를 받을 정도로 리우 올림픽에서는 노골적인 편파 판정이 자행됐다.
AIBA가 스스로 무덤을 판 셈이었다. 올해 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재정난과 심판 편파 판정을 이유로 AIBA에 최후통첩을 날렸다.
현 사태를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면 복싱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까지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마저 북한 방철미를 통해 판정 논란이 불거지자 다급해진 AIBA는 결국 항의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로 했다.
불과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충격적인 장면이 나왔다.
여자복싱 라이트급(60㎏) 시상식에서 동메달리스트인 라이쉬람 사리타 데비(인도)가 눈물을 흘리더니 메달을 시상대에 있던 은메달리스트 박진아의 목에 걸어주려고 했다.
준결승에서 박진아의 승리를 인정한 심판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박진아는 굳은 표정으로 메달을 시상대에 내려놓은 뒤 그 자리를 떠났고, 데비는 1년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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