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세계선수권 출전 차 방한…"목표는 올림픽 출전권 획득"
(창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6년 8월 7일은 베트남의 스포츠 역사가 바뀐 날이다.
베트남 현역 군인 호앙 쑤안 빈(44)은 리우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202.5점으로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트남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호앙 쑤안 빈의 뒤에는 베트남 사격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한국인 지도자 박충건(52) 감독이 있었다.
리우올림픽 이후 호앙 쑤안 빈은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올라섰다. 박 감독 역시 영웅 대접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맡은 박항서 감독에 앞선 원조 '베트남 한류 지도자'인 셈이다.
박 감독은 창원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베트남 사격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베트남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지만, 여전히 사격 저변이 부족한 국가다.
전국에 사격 선수가 200여 명에 불과하고, 전자표적 시설이 없어 큰 대회를 앞두고는 한국에서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그래도 베트남 사격은 2014년부터 대표팀을 맡은 박 감독의 지도 덕분에 착착 성장하고 있다.
리우올림픽 금메달로 끝난 게 아니라, 지난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10m 공기권총 혼성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베트남 사격대표팀은 대회 첫날인 2일 열린 10m 공기권총 혼성 경기에서 결선 티켓을 따지 못했다.
베트남 사격 에이스 호앙 쑤안 빈은 높은 점수를 냈지만, 호흡을 맞춘 여자 선수의 성적이 따라오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박 감독은 "우리 주력은 남자 공기권총"이라며 "이번 대회는 메달도 중요하지만, 올림픽 출전권(쿼터) 확보가 먼저"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리우올림픽에 2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는 그보다 많은 3명에서 4명이 출전하는 게 목표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쿼터(4위 내 입상 시 자격 부여)를 따 놓으면 미리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다. 호앙 쑤안 빈도 (기대하는 선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사격과 축구에서 '양 박' 감독이 성과를 낸 덕분에 베트남은 적극적으로 한국인 지도자 영입에 나섰다.
박 감독은 "이제 베트남 국민도 많이 알아봐 주신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도 저와 박(항서) 감독님, 펜싱(신무협), 태권도(김길태), 골프(박지운), 양궁(김선빈) 등에서 한국인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러시아 쪽 지도자 숫자가 가장 많긴 해도, 대세는 한국"이라며 "지도자 한류라고 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중 1959년생으로 올해 59세인 박항서 감독은 한국인 감독 가운데 맏형이다.
박 감독은 "하노이에 있을 때는 자주 뵙고 인사도 드린다"면서 "한국 지도자 초대해서 밥도 사주시는 큰형"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을 비롯한 한국인 지도자는 베트남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한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는 분이나 교민들은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무척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면서 "베트남 국민도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응원한 걸 알고 고마워한다"고 덧붙였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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