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사건 등으로 처벌강화 여론 커져…국회에 법안 다수 계류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정부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방향으로 국회 입법을 통해 추진키로 한 가운데 연령 조정의 실효성을 두고 전문가들은 여전히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다.
손정숙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검사는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골드홀에서 열린 '소년사법제도의 발전 방향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와 "형법이 제정된 1953년 당시보다 높아진 소년들의 정신·신체적 성숙도를 고려하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 하향 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라고 밝혔다.
손 검사는 "학제 상 초등학생까지만 형사미성년이 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고,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들이 13세부터 범죄가 급증한다는 점을 고려한 게 된다"며 "일반 국민의 법감정도 용인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감형할 수 있는 연령을 낮추는 등 소년범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소년의 정신·신체적 성숙도는 물론 교육·사회·문화적 영향, 국제기준, 소년법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입법정책 사항"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차미경 대한변호사협회 여성위원장은 "소년들의 신체적인 발육이 좋아졌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정신적인 성숙까지 빨라졌다고 단정하는 것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많다"라며 연령 하향 조정에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관련 통계를 봐도 2007년 소년범 중 촉법소년 비중이 0.7%에서 2016년에는 0.1%로 오히려 감소해 소년범죄가 저연령화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과 배치된다"라고 지적했다.
소년 강력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을 강화한다고 해도 법원이 이를 적용할지 의문"이라며 "소년 강력범죄에 대한 일반적인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소년의 형사 책임은 그 소년이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반성하는 과정을 거쳐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엄벌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효율적이고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과 강릉, 서울 등지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또래를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소년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현재 국회에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조정하는 내용의 형법 및 소년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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