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의 경기에 부담됐다"…"스즈키컵에서도 좋은 결과 낼 것"
"히딩크 감독과 비교대상 아니다. 나는 아직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베트남 축구 역사를 계속해서 다시 쓰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3일 "베트남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신화를 쓴 데 이어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다.
박 감독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시안게임 성과에 대해 "동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베트남 국민의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받았고 조국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둔 것으로 안다"면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의 경기가 가장 어려웠고 부담이 됐다고 소회를 밝힌 뒤 오는 11월 열리는 동남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스즈키컵)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에 도전한다.
박 감독은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에 대해 "히딩크 감독과 비교대상이 아니다"면서 "나는 아직 한참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고 자신을 낮췄다.
다음은 박감독과의 문답 요지다.
-- 아시안게임 첫 4강 진출 소감은.
▲ 3∼4위전에서 아깝게 승부차기에서 져 동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베트남 국민의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받았고, 조국 대한민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감사드린다.
-- 한국과의 준결승에 대한 소회는.
▲ 한국과의 경기가 가장 어려웠다. 조국 대한민국과 경기한다는 것보다 막강한 공격력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심리적 부담이었다. 초반부터 베트남 선수들이 너무 위축된 경기를 보였다. 조국은 한국이지만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베트남 축구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불과 8개월여 만에 베트남 축구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비결은.
▲ 저 혼자 힘으로 될 수 없다. 베트남 국민의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받았고 같이 일하는 코칭 스태프가 있었다. 우리 선수들과 같이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 베트남 축구 위상은.
▲ 내가 어디까지 왔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FIFA 랭킹이 아직 두 자릿수에 들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축구 지식, 철학, 노하우로 베트남 축구 발전에 이바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이 향상된 부분은
▲ 체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체력적인 부분은 부족한 면이 없다. 모 한국 언론에서 내가 (선수들에게) '쌀국수 먹지 말라'고 말했다는데 사실은 아침에 쌀국수를 먹는다. 우리가 꼭 필요한 음식, 전문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보충할 뿐 베트남 음식문화를 존중한다.
-- 선수들과 친밀도를 높이는 방법은.
▲ 언어장벽이 있지만 진심을 담아 내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항상 성실하게 노력하는 선수들의 자세에 감사한다.
-- 오는 11월 열리는 스즈키컵 목표는.
▲ AFC 챔피언십, 아시안게임에서 예상 밖의 결과를 얻어서 많은 베트남 국민의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 그 기대치에 부응하느라 심리적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즈키컵도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 베트남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 베트남 국민이 축구를 사랑하는 것만큼 유소년 시스템이 아직 완성단계에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더 발전하려면 유소년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와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 베트남의 영웅,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에 대한 생각은.
▲ 베트남 국민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가져온 데 대해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 정도까지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히딩크 감독과 자꾸 비교하는데 나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아직 한참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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