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예술인 차별?…명확한 기준 없고 국민적 공감대도 전제
가요계 "병역미필 가수 해외 활동 제한…산업 특성 이해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와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거머쥐며 병역 특례 혜택을 입게 되자 대중예술인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토트넘)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자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정상에 두 번째 오른 방탄소년단이 함께 거론되면서다. 방탄소년단 맏형인 진은 손흥민과 1992년생 동갑내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탄소년단 병역 혜택 관련 청원이 잇달아 올라왔다.
특히 예술 분야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와 국내예술경연대외(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 1위 입상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 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 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특례 혜택 문제는 K팝 스타들의 해외 성과가 두드러진 10여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2006년 1월 당시 문화관광부는 '침체된 음악산업을 살리기 위한 음악산업 육성 전략' 중점 핵심과제를 발표하며 "음악 관련 기술 분야를 시작으로 음악산업 종사자의 병역 특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3월 당시 열린우리당과 대중음악계가 모인 '한국연예음악산업 및 한류 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도 여러 논의 사항 중 하나로 한류 스타의 군 대체 복무 안건이 나왔다. 일부 참석자는 체육·문화예술 분야와 달리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한 한류 스타들의 병역 혜택 제외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중음악계의 목소리에 여론은 싸늘했고 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자 '없는' 이야기가 됐다.
여전히 대중예술인에게 '군대'는 언급조차 꺼릴 정도로 금기시되는 단어다. 한류 스타는 아니지만, 이미 병역 기피 사유로 한국 입국이 불허된 유승준 등의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예술인의 병역 특례 혜택을 줄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결정적이다. 공신력이 바탕이 된 국제적인 대회가 없으며, 국위선양의 기준을 정할 잣대가 없고, 현재 군 복무 중인 연예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어서다.
게다가 방탄소년단처럼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경제적으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내는 활동을 하더라도, 스타는 나라가 부여한 국가대표가 아니며 개인의 부와 명예를 위해 활동하는데 병역 혜택까지 입는 것은 '특혜'라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그런 점에서 연예계에서는 병역 면제가 아니라, 해외 활동이 한창일 때 입대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정책의 융통성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무청은 지난달부터 만25~27세 병역미필자의 국외 여행 허가 단위를 1년 이내에서 6개월 이내로 줄이고, 2년간 5회까지 허가한다고 규정을 강화했다. 그러자 입대가 임박한 멤버가 있는 보이그룹들은 해외 일정을 급히 바꾸거나, 일정을 결정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병무청을 비롯한 정부 기관과 연예 기획사들의 접점이 될 소통 채널을 만들어 국민의 공감을 얻을 만한 내용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군 면제를 요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강화된 규정은 입대(만 28세 안에는 입대해야 함) 전까지로 계산할 경우 사실상 3년간 해외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가혹하다. 아이돌 그룹은 팀이지만 축구, 야구와 달리 교체 선수도 없다는 점에서 음악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은 K팝 스타라기보다 이제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가 됐는데, 정부가 지원은커녕 활동을 규제하는 모양새"라며 "공정한 병역 이행과 한류 스타의 국가 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대한 논의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들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는 대체 복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낙도를 비롯한 소위 지역이나 소외 계층을 위한 일정 기간 동안 연간 공연 같은 사회봉사 활동을 강제화함으로써 그것을 군 복무에 갈음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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