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공기소총 개인·단체전 석권으로 2관왕
강초현이 2000년 시드니서 銀 획득한 해 태어나…종목도 같은 10m 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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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사대(射臺)에 섰을 때는 서릿발 같은 표정을 유지하던 임하나(18·청주여고)도 총을 내려놓자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소리에 당황했는지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었고, 얼굴부터 목까지 빨갛게 상기됐다.
임하나는 3일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8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여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깜짝 2관왕에 올라 세계 사격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달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얻지 못해 국내에서 훈련을 진행했던 임하나는 세계 최고의 명사수가 모이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당당하게 시상대 꼭대기 자리를 예약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임하나는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면서 "오늘 메달은 저뿐만 아니라 코치님과 언니, 오빠들이 도와준 덕"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임하나는 사격을 시작한 지 1년 10개월 만인 2015년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돼 일찌감치 천재성을 뽐낸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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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사격부 친구를 따라 체험하러 따라갔다가 시작하게 됐다"면서 "친구 덕분에 쉽게 사격을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선을 630.9점으로 1위로 통과한 임하나는 결선에서도 긴장한 기색 없이 표적만을 바라봤다.
결선에서 10발을 먼저 쏘는 1라운드에서 103.6점으로 3위에 자리했던 그는 이후 14발의 사격에서 최소 점이 10.2점에 불과할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뽐냈다.
금메달을 확정하는 임하나의 마지막 발은 10.8점으로 이날 자신의 최고점이었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임하나는 "떨어지는 걸 생각하기보다는 총을 어떻게 들어서 어떻게 쏠지만 집중했다"며 "그렇게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점수가 따라왔다"며 수줍게 웃었다.
10m 소총 경기는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점수 편차가 커 깜짝 스타가 종종 등장하는 종목이다.
지난달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들지 못해 국내에서 훈련한 임하나는 쟁쟁한 경쟁자를 누르고 이른바 '사고'를 쳤다.
임하나는 "우연히 코치님과 1대 1로 훈련한 덕분에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면서 "아시안게임에 못 나간 아쉬움을 달래려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사실 임하나의 이번 대회 목표는 소박했다. 단체전 3번 사수로 동료의 발목을 잡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하나는 본선에서 630.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올려 정은혜(미추홀구청), 금지현(울산여상)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그는 "사실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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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 은메달리스트 강초현(36)은 묘한 인연이 있다.
강초현이 은메달을 딴 그해 1월 1일 태어나 진짜 '밀레니엄 베이비'인 임하나는 종목까지 10m 공기소총으로 같다.
임하나는 "강초현 선수와는 접할 부분이 없어 직접 보진 못했다"면서 "강초현 사격장에 가본 기억만 난다"고 말했다.
강초현처럼 '국민 여동생'이라는 별명이 어떤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고,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수줍은 미소를 보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정복한 임하나의 다음 표적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그는 "올림픽을 준비하며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멘털이 약한 편"이라고 고백하고는 "자신을 무너뜨리는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그걸 좀 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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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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