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0년] ④긴축의 시대…금리인상에 빚폭탄 '위태'

입력 2018-09-0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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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④긴축의 시대…금리인상에 빚폭탄 '위태'
글로벌 부채 '28경원' 사상 최대…대외채무 많은 신흥국 취약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기에 진입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벼랑 끝에 섰던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낮추고 채권을 매입하는 등 유례없는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선 덕분이다.
하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전에 사상 최대로 불어난 천문학적 부채가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이지 머니'의 시대가 끝나고 돈줄을 조이는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면서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돼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늘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금리 상승에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 대외채무가 많은 신흥국은 해외자금 유출 가능성과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져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 장기 저금리에 부채 눈덩이…글로벌 GDP 3배 돌파

초저금리 시대가 오래 이어지는 동안 세계 각지의 기업들은 싼값에 돈을 빌려 부채를 늘려나갔다. 이른바 '장기 저금리의 부작용'이다.
정부 부채는 이전에도 많았는데 금융위기로 세수가 줄고 사회 복지 지출이 늘어나자 부채는 더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 등 여러 국가는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쳤다.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부채는 올해 1분기 현재 247조달러(약 27경6천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70조달러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지난 1분기에만 8조달러가 증가했다.
글로벌 가계와 비금융 기업, 정부 부문을 합친 부채는 186조달러까지 늘어났으며 금융 부문의 부채는 61조달러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318%에 달했다. 전 세계가 짊어진 빚의 규모가 재화와 서비스 생산량의 3배를 넘는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은 가계 부채의 위험성이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IIF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1분기 기준 95.6%로 신흥시장 평균(36.2%)이나 글로벌 평균(59.5%)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 부채(가계신용)는 2분기 말 현재 1천493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장기 저금리 국면에서 급증한 가계 부채는 상당 부분 주택을 구매하는 데 쓰였다.
한국은 소득 증가 속도보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이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특히 변동금리 대출이나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가계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우려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계은행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10년간의 저금리로 많은 나라에서 기업과 정부 부채가 급증한 이후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부채의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금리 인상에 무역전쟁까지…부채 폭탄 터지나

1994년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회복하면서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 신흥국은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났고 결국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멕시코가 가장 먼저 쓰러졌고 태국과 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가 뒤를 이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달러화가 강세로 치달아 부채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은 그린스펀의 긴축으로 신흥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진 20여년 전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연준은 올해 상반기 2차례 금리를 올린 데 이어 하반기에도 2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올 연말에 끝낼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터키 등은 특히 위험한 나라로 꼽힌다. 이들 나라는 외화부채가 많고 최근엔 자국 통화가치가 폭락해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신흥국의 달러 부채 상환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 IIF에 따르면 2019년 말 만기인 2조7천억달러의 부채 가운데 달러로 표시된 것은 거의 1조달러에 가깝다.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이집트, 나이지리아, 멕시코, 남아공, 브라질, 터키 등의 부채 가운데 달러 부채의 비중은 50∼75%에 달한다.
통화가치 폭락으로 외환위기를 맞은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폭풍의 한가운데에 있다. 인도네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까지 환율 불안으로 신음하고 있다.
IIF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총부채는 2008년 4분기에서 2018년 1분기까지 GDP 대비 171%에서 299%로 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부채 줄이기'를 추진해왔지만, 최근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하고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지준율 인하 등 대출 확대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이 조기에 종료되지 않으면 급격히 중국의 기업 부채가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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