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장·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4대 기구 수장 내년 교체
독일·프랑스 신경전 속 중소 회원국들도 목소리 낼 듯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28개 회원국을 거느린 유럽연합(EU)의 대대적인 지도부 개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향후 1년 안에 EU 정상회의와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의회 등 EU 4대 핵심기구의 수장이 물갈이된다.
유럽이 밖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등장, 안으로는 극우세력의 부상 등 정치·경제적 격동에 휩싸인 가운데 이를 돌파할 차기 지휘부를 어떻게 짤지 관심이 쏠린다.
EU의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회원국 간의 물밑 논의와 신경전이 시작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전 스웨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탈리아의 민족주의 정서 등으로 지금 EU는 (과거와) 매우 다른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말했다.
내년 5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가 EU 지도부 교체의 시발점이 된다. 유럽의회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담당하는 집행위원회의 위원장 선출 권한을 갖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 다음 달에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내정자를 결정해 의회 승인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회원국 정상들이 결정한다.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ECB 총재도 회원국들의 합의를 거쳐 선출한다.
EU 내 최대 강대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주요 자리의 인선을 놓고 협의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차기 집행위원장과 ECB 총재를 놓고 비공식 논의가 시작됐다고 FT는 전했다.
독일이 ECB 총재 자리를 프랑스에 주고, 그 대신 1967년 이후 처음으로 집행위원장 자리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 EU 지휘부는 룩셈부르크 총리 출신인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폴란드 총리를 지낸 도날트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중앙은행을 이끌었던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프랑스 관료는 독일이 이미 EU 행정조직의 4개 최고위직 가운데 3개를 차지한 상황에서 집행위원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독일에 EU 권한이 너무 집중된다는 것이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당에서 집행위원장을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EU 정상들과 갈등이 예상된다.
유럽의회에서 최다 의석을 보유한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가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벌써 거론된다. 그는 독일인이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전 핀란드 총리,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EU측 수석대표 등도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대국이 집행위원장 자리를 차지할 경우 중소 회원국들은 정상회의 상임의장 자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엔다 케니 전 아일랜드 총리 등이 상임의장 후보로 언급된다.
남성 위주의 지도부 구성이 바뀔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유럽의회 의장을 맡은 여성은 2명에 불과하며 EU 집행위원장과 이사회 의장, ECB 총재는 여성이 맡은 적이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EU 지도부 자리 가운데 하나를 노린다는 소문이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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