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불안이 글로벌 부채위기 시발점일 수도"

입력 2018-09-04 11:42  

"터키 리라화 불안이 글로벌 부채위기 시발점일 수도"
총부채 18경8천400조원…'묻지마 차입' 후폭풍 우려
금리인상·부채만기 겹치자 신흥국 기업 줄도산 공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터키가 겪고 있는 통화가치 하락 위기가 세계에 닥쳐올 부채위기의 전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터키 리라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을 거론하며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에도 비슷한 위험을 경고했다.
세브넴 칼레믈리-오즈칸 미국 매릴랜드대 경제학 교수는 "터키 혼자 그런 게 아니다"며 "터키가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가 지구촌에 바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진 않지만 잠재적 위험성은 미국 경제까지 위협할 수준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 대규모로 늘어난 부채를 신흥국들이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에 따르면 세계 총부채는 금융위기 직전에 97조 달러(약 10경8천106조5천억원)이던 것이 현재 169조 달러(약 18경8천384조3천억원)까지 늘었다.
과거의 부채위기는 미국의 가계부채나 그리스처럼 재정관리에 실패한 유럽 국가들의 국가채무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번 잠재적 위기에서는 달러, 유로를 대규모로 차입한 신흥국 기업들에 우려가 집중돼 있다.
WP는 터키의 사례를 들어 기업과 은행이 교량, 병원, 발전소, 심지어 유람선을 위한 초대형 항구를 건립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거액을 빌려 썼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 특히 유럽은행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저금리를 유지하는 시기에 고수익을 제의하는 신흥국 시장에 방만하게 자금을 뿌렸다.



금융투자회사 글루스킨셰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채무거품을 바로잡아야 했는데 우리가 실제로 한 것은 거꾸로 부채를 늘리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WP는 쉽게 자금을 차입한 신흥국 기업들이 대출만기 때 상환할 달러나 유로가 부족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연준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강세로 인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면서 상환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터키를 예로 들면, 올해 초에 1만 달러를 갚는 데 37만9천리라가 들었다면 현재는 66만리라가 필요한 상황이다.
컨설팅업체 파이 이코노믹스의 팀 리는 "공짜 돈의 시대는 가고 있다"고 말했다.
로젠버그는 금리 인상에 신흥국 기업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문제가 터키를 넘어 미국에까지 확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터키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자본이 유출되는 시점에 맞춰 부채상환 시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점을 더욱 우려스럽게 지적했다.
MGI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최대 10조 달러(약 1경1천138조원)에 달하는 기록적 규모의 회사채가 향후 5년 사이에 차환돼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정상적인 금융활동에 애로가 있을 것이라며 지난주에 터키 금융기관 20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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