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감 속 구조조정 착수…학교통합·부동산 매각·TF 구성
"3년 후 준비, 와신상담"…일부 대학, 평가불만 법적 대응 모색
(전국종합=연합뉴스)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진단 최종결과 정원감축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국 116개 대학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가결과를 바꾸겠다며 이의신청을 하기도 했지만 최종결과에서 받아들여진 대학은 1곳도 없었다.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해 정원감축을 해야 하는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줄사퇴하는 등 후폭풍까지 몰아치고 있다.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대학들은 다른 대학과 통합을 시도하거나, 3년 후 역량진단에 대비해 벌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총장·보직교수들 대학마다 줄사퇴
대학역량진단 가결과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했던 대학 중 일부는 이의를 제기하며 최종결과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지만 '대학 살생부' 명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립대인 순천대도 이의 신청했으나 '역량강화대학'에 그대로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박진성 총장과 본부 처장단이 사의를 표명했다.
조선대 강동완 총장과 보직교수들은 지난달 23일 '역량강화대학'에 선정됐다는 가결과 발표 직후 사의를 표했다.
강 총장은 "대학경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고, 김하림 부총장 등 보직교수 11명도 전원 사퇴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원감축 대상이 된 목원대 박노권 총장과 학교법인 박영태 이사장도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
한국국제대 이우상 총장은 총장직을 사임하고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며, 우석대 기획실장도 평가 결과 발표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살생부에 오른 다른 대학 중 일부에서는 학내 구성원 사이에 총장과 보직교수들에 대한 사퇴요구 움직임까지 일면서 상당 기간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 학교 통합까지 등장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대학들의 퇴출 위기감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대학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학교를 통합해 파장 최소화에 나서고, 대학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간 구 재단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대학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상지대는 최근 상지영서대와의 통합을 의결했다.
상지대는 대학 간 통합이 승인되면 15% 정원감축이라는 충격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주대도 학교법인 원석학원 산하 전문대인 서라벌대와 통합을 추진해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어서려고 한다.
횡령금 환수와 부동산 매각 등으로 학교 재정을 보완하려는 대학들도 있다.
광양보건대는 대학설립자와 구 재단을 상대로 350억원 규모의 횡령금 환수소송에 나섰고 미충원 학과도 폐지하기로 했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된 한국국제대는 재단 소유 기숙사 겸 연수원으로 활용하던 진주학사를 매각하려고 내놓았다.
교육부의 진단결과가 잘못됐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대학까지 등장했다.
제주 국제대는 교육부 정책 방향에 따라 구조조정까지 했는데도 정원감축 대상에 올랐다며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방침을 내놓았다.
◇ "3년 후…와신상담" 너도나도 태스크포스 구성
자율개선대학에서 제외돼 충격을 받은 한국 해양대는 3년 뒤 있을 3주기 기본역량진단 대응 태스크포스를 벌써 구성했다.
올해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한 것은 평가 시점을 제대로 못 맞춰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대비에 들어갔다.
부산 동서대는 조직 효율화와 교과과정 혁신 등을 위한 '플랜B'를 가동했고, 건양대도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일찍부터 다음 평가 준비에 착수했다.
TF는 대학 중장기적 발전계획과 대학 특성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앞으로 3년 뒤 진행될 3주기 대학평가에 선제 대응할 대책을 마련한다.
이원묵 건양대 총장은 "올해 안에 대내외 환경변화와 정부의 교육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추진 전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형민우 류수현 노승혁 박영서 백도인 최은지 이종민 김준호 이강일 박정헌 변지철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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