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9년 만에 경기후퇴 진입 ·인니 루피아 가치 20년 만에 최저
"펀더멘털 약한 신흥국으로 전염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경제와 금융시장 불안을 보이는 나라가 늘면서 일부 취약국가에서 시작된 위기가 신흥국 전반으로 전염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중남미 통화가치가 일제히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9년 만의 경기침체로 빠져들면서 랜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아시아도 불안한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5∼26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취약 신흥국 경제가 지난 6월 인상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MSCI 신흥시장 통화 지수는 전날보다 0.6% 하락해 한 달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 지수는 지난 6거래일 중 5일간 하락세를 지속해 작년 5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날 하락세는 중남미 국가들과 남아공이 주도했다.
남아공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2.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데 이어 2분기 GDP도 0.7% 감소하면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경기후퇴(Recession)에 돌입했다.
농업생산이 둔화하고 소비자 지출도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된 남아공은 27%를 넘는 높은 실업률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데다 시릴 라마포사 정부의 토지개혁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졌고 연료 가격 급등도 소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2분기에 0.6% 성장을 기대했던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랜드화 가치는 전날보다 3% 넘게 폭락했고 5일 현재도 세계 외환시장에서 2년여 만의 최저 수준인 달러당 15.33랜드다.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달러당 38.95페소로 사상 최저치를 또 경신했다.
전날 긴축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페소화 하락을 막진 못했다.
또 다른 신흥국 불안의 주역인 터키는 내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졌으나 시장을 실망시키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해 달러당 6.68리라대의 높은 환율이 이어지고 있다.
소마 쓰토무 SBI증권 채권거래 제너럴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시장안정 조치가 이들 국가의 펀더멘털 개선에 충분치 않다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다른 신흥시장으로의 전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은 무역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아르헨티나 불안의 영향을 받으면서 멕시코 페소와 칠레 페소, 콜롬비아 페소 가치가 일제히 1% 넘게 급락했다.
인도네시아는 통화 방어를 위한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14,935루피아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신흥시장의 매도세 확산으로 통화위기 전염 리스크가 무시하기에는 너무 커졌다고 지적했다.
후카야 마사카쓰 미즈호은행 신흥통화 트레이더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에서 경상수지 적자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 펀더멘털이 약한 신흥국으로 전염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남아공이 통화 취약국가"라고 진단했다.
루크먼 오투누가 런던 FXTM 애널리스트도 "터키와 아르헨티나 혼란이 가중되면 신흥시장 통화는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세계 무역갈등, 미국 달러 안정, 높은 미국 금리가 더해져 신흥국 통화의 중단기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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