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카세이 '전지용 절연체 특허 침해' 혐의 中업체 제소
화학분야 모방 어렵지만 모방땐 '지재권 침해' 입증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화학업계가 중국 업체의 지적재산권 침해로 골치를 앓고 있다. 탄소섬유나 스마트폰용 방수 테이프 등의 화학제품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처럼 제품을 해체해 모방하기 어려워 그동안 일본 기업이 압도적 경쟁력을 유지해온 몇 안 되는 분야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의 모방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아사히카세이(旭化成)는 지난달 말 선전(深천<土+川>)에 있는 한 중국 판매회사를 리튬이온전지용 절연체(세퍼레이터)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조사업체에 따르면 아사히카세이는 이 분야 세계 시장의 17%를 점유하고 있는 수위 업체지만 근래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아사히카세이가 중국에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 간부는 "돈과 시간만 낭비할 뿐이어서 제소하고 싶지 않았지만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기술이 침해당하는 건 용인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기업 단독으로는 지적재산권 침해에 더 이상 대처할 수 없다. 업계 전체가 나서야 한다."
세계 최대의 잉크 메이커인 DIC의 오가와 신지(小川?治) 지적재산센터장은 초조감을 감추지 못했다.
스마트폰이 방수기능을 갖도록 해주는 양면 테이프 '다이타크'는 방수성을 내는 세계 첫 제품이지만 방수기능을 내세우는 스마트폰이 증가하면서 2017년부터 중국에서 모방품이 나돌기 시작했다. 오가와 센터장은 "모조품을 잘못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거래처로부터 '불량품 아니냐'는 클레임을 받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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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성이 6월에 발표한 '모방품·해적판 대책 상담업무에 관한 연차보고'에 따르면 지재권 침해 상품의 분야별 상담건수로 볼 때 화학분야는 전체의 2%로 '잡화 (52%)', '전자·전기기기(15%)'에 비해 크게 적다. 그렇지만 화학품은 일본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높은 분야인 만큼 중국 기업의 모방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모방이 어려웠던 화학품 분야에서 지재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로는 먼저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 고도화 계획이 거론된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계획인 '중국 제조 2025'는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의 전환을 표방하고 있다. 제조업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신소재 등 화학분야가 강해져야 한다. 정부가 보조금이나 현지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우대정책을 제시하자 자금력이 있는 중국 기업들이 인재 쟁탈전을 나서고 있다.
아사히카세이가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한 절연체 담당 부서에는 요즘 "경력자를 구하는" 중국 기업의 의뢰를 받은 헤드헌팅업체의 전화가 쉴 새 없이 걸려 온다고 한다. 간부들은 "대체 어디서 직통전화번호를 알아냈는지 모르겠다"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지적재산·이노베이션부 담당자는 "첨단산업 관련 업체는 아무래도 화학제품에 의존하게 된다"면서 "중국 기업의 기술자 스카우트가 지금은 버블 상태"라고 말했다. JETRO는 중국에서 일본계 기업에 다니는 중국인 종업원에게 정보를 누설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연수회를 개최하고 있다.
생산설비를 입수해 모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보잉 787 등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40%인 도레이에는 "제조설비를 사고 싶다"는 중국 기업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 정부도 지재권 침해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손해배상액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올 3월에는 따로따로였던 특허와 상표 관리기구를 통합하는 등 법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을 하는 기업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화학제품은 모방이 어려운 반면 모방당할 경우 지재권 침해를 찾아내기가 어렵다.
DIC의 액정패널용 재료의 경우 성분을 조금 바꾼 중국 제품이 '정규상품'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액정재료는 투명한 액체이기 때문에 판매점에 전시돼 있는 액정TV만 보아서는 알 수 없다. 정기적으로 TV를 구입해 해체한 후 몇 마이크로(100만분의 1)m에 불과한 액정층을 분석해 자사 제품이 사용됐는지 조사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는 전자기기와 자동차, 항공기 등의 진화는 화학업체들이 뒷받침해 왔다고 지적, 지재권 침해를 방치하면 그 영향은 계량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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