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나드는 자금세탁 방지 위한 범유럽 감독 강화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금융기관을 통한 불법 자금세탁을 막아야 하는 유럽연합(EU)의 금융감독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감독망에 걸리지 않은 돈세탁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EU 금융당국의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발생한 이들 사건은 검은돈의 흐름을 근절하기 위한 EU와 회원국의 감독과 공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또 EU 회원국 간 어설픈 정보 공유, 관련 규정의 집행을 위한 EU의 자원 부족 등을 꼬집었다. 은행 규제를 맡은 유럽은행감독청(EBA)에서 돈세탁 담당 정규직원 수는 1.8명 수준에 그친다.
이런 지적은 덴마크 최대 상업은행인 단스케은행, 라트비아 ABLV은행의 돈세탁 연루 의혹 사건을 계기로 불거졌다. EU나 해당 회원국의 감독 또는 단속망에 허점을 드러낸 사건들이다.
단스케은행의 에스토니아 지점은 러시아와 옛 소련 자금의 세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소규모 지점에 2013년 300억 달러(33조5천억 원)에 이르는 비거주자의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FT에 따르면 한 컨설팅회사가 단스케은행의 의뢰를 받아 조사해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라트비아 ABLV은행은 북한 핵프로그램의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2월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돈세탁을 지원한 혐의로 이 은행을 제재한다고 발표하면서 알려진 사건이다.
이들 사건이 터지자 돈세탁과 같은 불법 행위를 포착, 차단하기 위해 EU의 금융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처럼 개별 회원국의 역량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드레아 엔리아 EBA 청장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새로운 범유럽기구의 설치를 지지하며 감독당국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국의 권한이 약하면 단일시장(EU)에 범죄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라트비아 총리를 역임한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자금세탁 방지 분야에서 EU 차원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는 (EU) 보전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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