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이탈리아 로마가 갈매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로마에서 32㎞가량 떨어진 바닷가에서 날아온 갈매기들이 먹이를 찾아 시내 곳곳의 쓰레기통을 뒤지고 시도 때도 없이 내는 소리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날개를 포함한 덩치가 어른 상반신 만한 크기의 갈매기까지 목격되면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로마 시내의 갈매기가 급증하면서 이런 문제가 표면화했다. 일부 전문가는 갈매기가 수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로마 중심부에 있는 한 아파트의 4층에 사는 에마누엘라 트리피는 새벽녘 자신의 부엌으로 들어와 먹이를 찾는 갈매기의 '무서운 소리'에 잠이 깬 적이 있다. 그녀는 "미국 야생 칠면조만큼 덩치가 엄청나게 큰 갈매기였다"고 말했다.
갈매기들은 건물 옥상이나 교회 첨탑, 고대 유적지 등을 둥지로 삼고 먹이를 찾아 시내 전역을 누비고 있다. 매립지와 수거인력 부족으로 곳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뒤지는 것은 물론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거나 행인이 손에 쥔 샌드위치를 낚아채기도 한다.
비둘기나 박쥐, 찌르레기 등 다른 조류도 이들 갈매기의 표적이 되곤 한다. 로마 교황청이 미사 때 날려 보내는 비둘기도 공격을 받곤 한다. 먹을거리가 이처럼 많자 갈매기들의 덩치도 커졌다.
이탈리아조류보호연맹의 프란체스카 만지아 대표는 "로마는 이들 갈매기의 집"이라면서 "갈매기가 사람이 먹을거리를 던져주는 것을 '항복의 신호'로 해석하며 '이곳은 내 영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마 건국 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에게 젖을 먹인 신화 상의 늑대가 로마의 상징처럼 수천 년간 여겨졌는데 지금은 갈매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2017년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시장이 로마 광장에 '의기양양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갈매기 사진으로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을 장식했다가 비판이 일자 사과와 함께 이 사진을 내렸다.
만지아 대표는 갈매기 개체 수를 줄이려면 도시를 깨끗이 관리하고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