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20홈런 칠 수 있어"…김태형 감독 기대에 화답한 최주환

입력 2018-09-06 08:45  

"너도 20홈런 칠 수 있어"…김태형 감독 기대에 화답한 최주환
2017년까지 1군 통산 홈런 22개…올해는 벌써 21개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7년 3월 시범경기 기간이었다.
원정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김태형(51) 두산 베어스 감독은 최주환(30)에게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직구만 잘 노리면 너도 20홈런 칠 수 있어."
당시 최주환은 주전도 보장받지 못한 불안한 상태였다. 사령탑의 한 마디는 최주환을 설레게 했다.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최주환은 "감독님은 기억 못 하실 수 있지만 나는 감독님의 한 마디에 가슴이 떨렸다"며 "그날부터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말했다.
최주환은 4일 시즌 20번째 홈런을 쳤다. 종전 그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7개(2017년)였다. 최주환은 2017년까지 1군 개인 통산 홈런이 22개인 교타자였다.
올해는 다르다. 최주환은 5일에도 홈런을 추가하며 21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6위에 올랐다.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거둔 성과라 더 특별하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 트윈스 타자 중 최주환보다 홈런을 많이 친 타자는 김재환(34홈런·두산)뿐이다.
최주환에게 20홈런은 특별하다. 그는 "솔직히 나도 믿기지 않는다"고 웃었다.



그는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2군)리그에서 뛴 2010년 24홈런을 쳤다.
하지만 최주환 자신도 "1군과 2군은 다르다. 2군에서 24홈런을 쳤다고 1군에서도 20홈런을 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태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 감독은 "최주환은 타격 재능을 갖춘 선수다. 운이 따르지 않아서 주전이 늦게 됐을 뿐, 한 시즌을 풀 타임으로 뛰면 20홈런을 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김 감독이 옳았다. 최주환은 처음으로 1군 풀 타임을 뛴 2017년 생애 첫 100안타(120개)를 달성했다.
2018년에는 기회가 더 늘었다. 최주환은 "나처럼 2군 생활을 오래 한 타자는 자신도 모르게 '여기서 삼진을 당하면 다시 2군으로 내려간다'는 생각에 위축되곤 한다.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공을 맞히는 데만 주력했다"고 떠올린 뒤 "올해는 '삼진을 당하더라도 내 스윙을 하자'라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최주환은 올해 2스트라이크 이후에 홈런 7개를 쳤다.
사실 올해도 최주환은 악전고투 중이다. 그는 격렬한 운동을 하면 복통을 느끼는 '스포츠 탈장' 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주환은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초기에는 조금만 속도를 내서 뛰어도 칼로 장을 찌르는 듯한 통증에 시달렸다"며 "훈련량, 출전 포지션 등에서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들이 배려를 해주셔서 잘 버텼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잘 버티고, 잘 때리면서 기분 좋은 일도 늘었다. 최근 인터뷰에서 "최주환이 롤모델"이라고 말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늘었다. 2군에는 오랜 2군 생활을 견디고 1군 붙박이 선수가 된 최주환을 부러워하는 선수가 더 많다.
최주환은 "누군가 나를 보고 배우고 싶어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고 환하게 웃은 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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