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미니 신도시' 에 반대여론…의왕시는 "환영"

입력 2018-09-06 14:59  

과천, `미니 신도시' 에 반대여론…의왕시는 "환영"
과천시장에 "탈당하라" 시민 문자메시지 쇄도
성남·의정부 "나쁘지 않다"…안산·시흥·광명 관망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강영훈 류수현 기자 = 정부가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려고 수도권에 주택 총 36만 가구 공급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후보지로 거론된 경기도 해당 7개 시에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개발이 안 돼 공동주택이 부족한 지자체는 공급확대 정책에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미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부동산을 개발보다는 성장동력산업 육성을 위해 이용하려고 구상 중이던 지자체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 업체와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신규택지공급 정책이 집값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는 의견과 미분양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경기도에 또 아파트 건립이 되면 문제가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7개 지자체 가운데 주암동과 과천동 일대가 후보지로 거론된 과천시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신창현 의원(의왕·과천)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아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과천시 신규 택지공급 면적은 115만6천㎡로, 총 7천100가구가 공급한다는 목표가 세워져 있다. 서울에 인접한 '미니 신도시' 급이 들어선다는 관측이 나오는 곳이다.
이런 정부 방침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하루만인 6일 과천시는 "행정기관 지방 이전으로 아무것도 남아있지는 않은 지역에 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과천시는 이미 재건축 6개 단지, 지식정보타운사업과 뉴스테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개발 자체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면서 "개발을 하더라도 정부청사의 지방 이전 이후 방치된 과천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개발사업을 시 주도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부터 신규택지 추가공급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전화와 문자가 쇄도해 일을 못 할 정도"라면서 "시민들이 탈당하라, 국토부 장관을 만나라, 주민 소환하겠다는 등 반대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어 난감하다"고 시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개발제한구역이 시 전체 면적의 86.4%인 의왕시는 "신규 택지개발 사업을 하면 호재가 아니냐"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의왕시 후보지는 26만5천㎡(2천가구)로 설정돼 있다.
의왕시 관계자는 "의왕은 그린벨트로 묶인 곳이 많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주민들도 이번 신규택지 추가공급에 대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개발 목표가 설정된 성남시(6만8천㎡·1천가구)와 의정부(51만8천㎡·4천246가구)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안산시(74만5천㎡·7천710가구)는 입장을 정리중이고, 시흥시(46만2천㎡·3천213가구)와 광명시(59만3천㎡·4천920가구)는 시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들은 시의 입장이나 사정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자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어서 거부하거나 반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도내에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데 당장 아파트값 상승을 막겠다는 식으로 계속 택지개발 위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규택지 공급 정책의 효과에 대해 엇갈린 평가와 전망을 내놓았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그동안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수요억제정책을 펼쳐왔는데, 실효성이 없으니 공급확대로 나선 측면이 있다"면서 "수요 억제와 공급확대 정책이 함께 간다면 집값 안정화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민간 주택 시장과 공공주택 시장은 서로 달라 정부가 공공주택을 확대한다고 해서 민간 주택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하면서 "주민들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도록 정부가 생활편의 시설이나 복지시설 확대 등 혜택을 고민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영식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주임교수는 "인구절벽이 도래한 시대에 또 다른 미니신도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잘못됐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윤 교수는 "경기도는 특히 미분양 지역이 많은데 신규택지가 들어서면 해당 지역은 황폐해질 것"이라며 "지금 택지를 지정해봤자 입주는 4∼5년 이후에 시작될 텐데 이는 주변 지역 집값 상승만 조장할뿐 수요 법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규택지 지정으로 공급을 확대하기보다 재건축 등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게 더 바람직하며, 부동산 상황은 지역마다 다르므로 정부보다는 지자체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천의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규택지 공급분에는 임대주택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집값 오름세에는 독약이 될 것"이라며 "집값이 올라야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할 텐데, 이번 정부 결정은 주택 보유자와 부동산 업계에는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안산의 H부당산 관계자는 "안산은 정부 정책보다는 공단 경기에 따라 인구 유입·유출이 발생, 집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의 신규택지 공급과 관련해 지역사회에 별다른 동요가 없다"라며 "안산에는 인근 화성 송산 그린시티 개발, 십수 년 만의 신축 아파트 건설 등으로 인해 공급 물량이 충분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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