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공판 최후진술 "다스가 내 것이란 주장, 정상적이지 않아"
정진석·주호영 의원 등 법정 찾아…방청객, "힘내세요" 눈물로 응원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구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경계하며 살아온 저에게 너무나 치욕적"이라며 "제게 덧씌워진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선 채로 최후진술을 적은 종이를 들고 15분간 읽어내려갔다.
이 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저지른 잘못이 있다면 응당 스스로 감당해야겠지만 대통령으로서 한 일도 정당하게 평가돼야 할 것"이라며 "이 재판이 국내외에 미치게 될 영향을 고려해 국민께 직접 소명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세간에서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불릴 만큼 전문 경영인으로 인정받았고,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함께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는 있다"면서 "그런 상투적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당하게 돈을 챙긴 적도 없고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탐한 일도 결코 없다. 젊은 날 학생운동에 앞장섰다가 감옥에 가기도 했지만, 불의에 타협하거나 권력에 빌붙어 이익을 구하지 않았다"면서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단호하게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상은) 형님이 33년 전 설립해 아무 탈 없이 경영해왔는데 검찰이 나서서 나의 소유라고 한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그들이 사실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진술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혀질 때가 언젠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뇌물을 받은 대가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사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의혹을 근거로 기소한 것에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단언컨대 재임 중 이 회장을 포함해 재벌 총수를 단 한 사람도 독대하거나 금품을 거래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을 읽는 동안 자신의 뜻을 강조하려는 듯 재판장과 눈을 맞췄고, 이따금 검사를 빤히 쳐다봤다.
검찰의 구형 이유를 들을 땐 눈을 아래로 고정한 채 몸을 앞뒤로 조금씩 움직일 뿐이었다.
검사가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피고인을 최종 책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할 때는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이따금 눈가나 이마를 손수건으로 훔쳤고, 옆에 앉은 강훈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징역 20년이 구형될 때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안경만 한 차례 고쳐 썼다.
평소와 달리 150석 규모의 대법정은 이날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많은 방청객으로 붐볐다.
선착순으로 배부되는 방청권을 받으려고 사람들은 오전 11시께부터 출입구 앞에 가방, 돗자리 등을 바닥에 놓아 자신의 순서를 표시했다.
이 전 대통령의 딸들을 비롯해 김효재 전 정무수석, 정동기 전 민정수석, 이재오 전 의원, 자유한국당 정진석·주호영 의원 등이 법정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마치자 수십명의 방청객들이 박수를 쳤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정을 나갈 때는 일부 여성이 "힘내세요. 건강하세요"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법정 안팎에서 작은 소동도 잇따랐다.
재판 시작 전 한 시민이 법정으로 들어가려는 이재오 전 의원을 향해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재판이 시작된 후에는 한 노년 여성이 큰 소리로 욕설을 하다가 퇴정 당했고, 젊은 남성은 "대통령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그랬다"며 이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휴대전화로 녹음하다가 법정 경위에게 발각돼 재판장의 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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