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110억 원대 뇌물 수수와 350억 원대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전 대통령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 벌금 150억 원, 추징금 111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이 이 정도의 중형을 구형한 것은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심각하게 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구형량은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놓고 봤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는 삼성으로부터 '다스' 소송비용 68억 원을 대납받는 등 총 110억 원대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또 다스 실소유주로서 회삿돈 349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국가기관에 다스 미국 소송·차명재산 상속세 검토를 지시하고 대통령 기록물을 유출하는 등 여러 혐의가 있다. 이런 혐의들이 재판과정에서 무죄로 입증되지 않는 한 이 전 대통령에게는 중형 선고가 예상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징역 30년을 구형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4년, 2심에서는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이날 논고문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구속된 역대 4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돼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음에도 수사기관과 국민에게 이를 철저히 은폐하고 도곡동 땅, BBK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을 속여 17대 대통령에 취임했다"며 "당선무효 사유를 숨긴 채 대통령이 됐고, 취임 후 갖가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전직 대통령의 이런 부끄러운 과거를 또 접해야 하는 국민은 우울해진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공판에서도 15분간 이어진 최후진술을 통해 검찰 수사결과를 전면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외쳤다고 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고 경계하며 살아온 저에게 너무나 치욕적"이라며 "제게 덧씌워진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가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진 적 없고,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라고 항변한 대목에선 어이 마저 없어진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착수됐을 때도 '정치보복'으로 몰아붙였지만, 수사 과정에서 핵심 측근들은 물론 형제까지 그의 항변과 다른 진술로 검찰 수사를 뒷받침했다. 그래도 이 전 대통령이 억울하다면 재판과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면 될 일이지 국민을 향해 설득력 떨어지는 외침을 해대는 건 옳지 않다. 그가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항변하지 않을까 벌써 우려된다. 우리는 법정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서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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