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 알려지지 않았고 독립적 경제적 가치 지녀"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법원이 국내 연구소가 개발한 신품종 양배추의 원종(原種)을 영업비밀로 인정, 원종을 빼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6단독 박성구 판사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47·중국인)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6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중국의 한 종묘업체 대표인 이 피고인은 지난해 7월 3일 국내 종묘업체인 A사 소속 연구소장이던 B 씨로부터 이 연구소가 개발한 신품종 양배추의 원종을 860만원에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신품종 종자를 매입한 행위 자체가 법 위반이다.
A사는 부계와 모계로 이뤄진 원종을 개발한 뒤 이들을 서로 교배해서 산출된 새로운 씨앗(종자)을 판매하는 업체이다.
원종은 제조업으로 치면 상품의 설계도와 비슷한 역할을 해 A사는 연구소 정문에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지문인식기를 설치하고 육종자원보관실에는 2중으로 된 특수 잠금장치를 하는 등 원종을 영업비밀로 다루며 보호해왔다.
이 피고인은 동종업계에서 일하던 B 씨를 알게 된 뒤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꼬드겨 양배추 원종을 받아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영업비밀인 양배추 원종을 취득했다"며 이 피고인을 재판에 넘겼다.
그는 재판에서 자신이 취득한 양배추 원종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A사는 오랜 기간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농작물의 신품종을 육성해왔다"며 "이러한 신품종의 원종은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비밀로 관리·유지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 정보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원종을 취득한 행위는 종자 주권을 위협할 여지가 있어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이 원종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B 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농작물 원종을 법원이 영업비밀로 인정한 첫 사례로 알고 있는데 종자 주권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 앞으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