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법원 "전 대표 유용 사건 관련, 4천900만 유로 회수하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반(反)난민 정서를 타고 최근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이 법원으로부터 자산 몰수 판결을 받으며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북부 제노바 항소법원은 6일 움베르토 보씨 전 대표의 당 자금 유용 사건과 관련, 검찰은 '동맹'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은행 계좌와 사업체들로부터 4천900만 유로(약 640억원)를 몰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동맹의 전신인 '북부동맹'의 창립자이자 전 대표인 보씨와 그의 아들 렌초 보씨는 작년 7월 1심 법원에서 횡령 혐의가 인정돼 각각 징역 2년 3개월, 징역 18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국고에서 지원한 당비를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쓴 의혹이 제기돼 2012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보씨 전 대표는 당의 자금 20만 유로 이상을 사적인 여행과 식사, 고급 차 구입 등에 쓴 혐의를 받아왔다.
당시 1심 법원은 북부동맹의 전 회계담당자인 프란체스코 벨시토도 착복 혐의로 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하고, 유용이 일어난 기간인 2008∼2010년 이 정당에 지급된 국고보조금 4천900만 유로 반환을 명령했다.
검찰은 당시 판결 이후 자산 몰수를 위해 당 자금을 추적해 왔으나, 현재까지 고작 300만 유로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고 뉴스통신 ANSA는 보도했다. 사법 당국은 '동맹'이 몰수를 피하기 위해 다른 자금은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동맹은 이번 판결로 파산 위기에 몰리며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판결 직후 위축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법원의 이번 선고는 과거의 일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며 "우리는 차분하게 정치를 계속할 것이다. 우리 곁에는 이탈리아 국민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에서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맡고 있는 살비니 대표는 이어 "제노바 사법당국은 10년 넘은 사건에 대한 판결에 매달리지 말고, 지난달 붕괴된 모란디 교량 붕괴 참사의 범인을 잡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제노바 사법 당국은 지난 달 14일 갑자기 무너져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모란디 교량 붕괴 사고의 수사도 담당하고 있다.
'동맹'의 변호사가 현재 당의 자금이 550만 유로에 불과하다고 밝힌 가운데, 이 정당은 자금 몰수를 피하기 위해 당명을 바꾸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당 이름으로는 살비니 부총리가 즐겨 쓰는 구호인 '이탈리아 우선', '국민 동맹' 등이 유력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살비니 부총리는 보씨의 당 자금 유용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013년 그에게서 당 대표를 이어받은 뒤 부유한 북부에 국한돼 있던 당의 지지세를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작년 말 당명에서 '북부'를 뗐고, 이는 당의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총선에서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17.4%를 득표해 약진한 동맹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정권의 한 축이 됐고, 이후 난민 강경 정책에 앞장서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가 두드러진 존재감을 드러낸 덕분에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수직 상승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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