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허용은 지위에 달려, 존 켈리 정도면 가능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 내 언론사의 사설과 논평란(op-ed) 편집자들이 뉴욕타임스(NYT)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관리라며 익명으로 칼럼을 게재한 데 대해 '아주 이례적인'(highly unusual) 사례라고 평가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논평란에 완전 익명으로 기고를 허용하는 것은 드문 일로 이러한 결정은 통상 저자의 안전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믿어지는 상황에만 한정된다고 편집자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독자들이 '오피니언'을 평가하는 핵심은 신뢰성과 전문성, 저자의 어젠다라면서 그러나 익명으로는 이 모든 것이 덜 명확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포틀랜드 프레스 헤럴드의 op-ed 편집자 그렉 케이식은 "op-ed의 대부분 가치는 저자들이 그들의 경험을 통해 이슈에 부여하는 중량감"이라면서 "저자가 누구인지 모르면 독자들로서는 글의 중요성 여부를 가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NYT의 op-ed 편집자 제임스 다오는 대파문을 초래한 익명 기고와 관련, "익명을 허용하는 결정을 가볍게 내리지는 않았다"면서 "해당 관리의 정부 내 지위와 글의 내용 및 (NYT) 과거 관행 등을 고려해 내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오 편집자는 6일 NYT 일일 팟캐스트를 통해 "우리는 글이 익명을 부여할 만큼 강력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뉴스룸은 사람이나 취재원이 물리적 해나 그들의 생계를 상실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느낄 경우 그들에 익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고 이러한 규칙은 op-ed에도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 6월 한 모자가 갱단의 폭력을 피해 조국 엘살바도르를 탈출한 후 뉴멕시코주의 난민 구금센터에서 겪은 경험담을 익명 기고로 게재한 바 있다.
WSJ도 과거 op-ed 난에 익명이나 가명의 기고를 게재한 바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나 아직 가족이 남아있는 외국의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언론사들은 통상 뉴스취재와 논평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오히려 익명은 뉴스취재 부분에서 자주 허용된다.
NYT의 다오 편집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혹평한 이번 익명 기고의 경우 op-ed 편집자들이 발행에 앞서 사전에 정치기자들과 접촉해 저자의 신상을 누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댈러스 모닝 뉴스의 마이크 윌슨 편집자는 만약 익명 저자의 신원이 취재 사이드에 의해 알려질 경우 NYT에 다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op-ed 편집진이 저자의 신원을 제대로 보호했는지 문제가 제기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 미 언론계에서 정부관리가 정치논쟁과 관련해 기고에 익명을 허용받은 것은 아주 드문 케이스이다.
1947년 소련 주재 미국 대사 조지 케난은 포린어페어즈에 '미스터 X'라는 가명으로 미국의 소련 억지 전략을 상세히 언급했다. 유명한 냉전 외교의 초석이 되는 내용이었다.
미국 내 많은 언론사 op―ed 편집자들은 NYT가 게재한 것과 같은 익명의 기고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부분적으로 취재원(소스)의 지위에 달려 있다"고 답변했다.
시애틀 타임스의 op-ed 편집자 케이트 라일리는 "만약 기고자가 존 켈리(백악관 비서실장)라면 (익명의) 기고를 게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보다 하위 직급이라면 아마도 게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서 40여 년간, 그리고 2005~2007년 NYT 편집자로 일한 바이런 칼라메는 op―ed란 저자와 칼럼니스트들은 흔히 익명의 취재원이나 관리들로부터 정보에 의존한다면서 익명을 조건으로 취재원과 대화를 갖는 것은 뉴스취재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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