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에 골몰하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의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 불법유출이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경기 과천, 안산(2곳), 의왕, 광명, 의정부, 시흥, 성남 등 7개 지역 8곳을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로 공개했다. 자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았다고 한다. 공공주택특별법상 지방자치단체 협의를 거쳐 주민공람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공공택지 후보지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투기꾼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어 극도의 기밀이 요구되는 공공택지 후보지를 제안 단계에서 노출한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 신 의원은 국토부가 불법유출 경위 조사에 나서고 정치권의 논란이 확산하자 국토위 위원에서 물러났다.
LH·신 의원의 해명도 한심하다. LH는 신 의원이 지역구(경기 과천·의왕)와 관련한 택지개발 계획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해 비공개 조건으로 넘겨줬다고 한다. 아무리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의 요청이라 하더라도 유출되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중요 기밀 자료를 그렇게 넘겨줘도 된단 말인가. 이런 식이면 그동안 중대한 개발 정보가 투기꾼들에게 넘어가지 않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국토위 소속 의원이라면서 '주민공람 전에 공공택지 후보지 자료를 공개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몰랐다는 신 의원의 해명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불법유출 관련자들을 철저히 가려내 일벌백계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핵심인사들의 실언이나 조율되지 않은 정책 남발도 문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려는 것은 아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나도 거기 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본인은 강남에 살면서 모두가 그곳에 살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장 실장은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관련 결이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표는 종부세 강화를 요구했으나 장 실장은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투기수요에 역이용되는 경향이 있다며 등록 임대주택의 혜택을 줄이겠다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최근 발언도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서 나왔다. 민감한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조율되지 않은 채 여권 핵심인사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은 시장에 혼선을 주고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6일 당정에 신중을 당부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 총리는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집값처럼 예민한 사안에 정부와 여당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한다. 통일된 의견을 말하도록 유념하라"고 당부했다. 국민적 관심사고 정권 성공의 명운이 걸린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땐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8.27 부동산 대책 효과의 가늠자로 여겨진 이번 주(3일 기준) 서울 집값은 지난주 대비 0.47% 올랐다. 최강 규제인 투기지역 확대에도 2012년 조사 이래 주간 오름폭이 가장 컸다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당·정·청이 세밀한 조율을 통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장 심리가 불안하면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약발이 안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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