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서 '국민과 같은 건보혜택 제공' 정부안 표결로 통과
제1야당 "난민 더 불러모으는 조치" 비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정부가 마련한 불법체류자에 대한 무료 건강보험 제공 방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다.
스페인 하원은 6일(현지시간) 표결에서 스페인 체류가 허가되지 않은 불법 이민자에게도 스페인 국민과 같은 조건에서 공공 건강보험을 제공한다는 정부 안을 통과시켰다.
하원 의원 350명 중 177명이 찬성했으며, 반대는 133표였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사회노동당(중도좌파)은 하원 의석이 84석에 불과한 제2정당이지만, 제1당인 국민당(중도우파·134석)의 벽을 넘어 다른 제 정파를 규합해 정부 안을 통과시켰다.
반대표는 대부분 국민당 의원들이 던진 것이다.
표결에 앞서 카르멘 몬톤 보건부 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의료는 국경, 신분증, 노동허가 같은 문제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적) 사안"이라며 정부 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고 EFE통신 등 스페인 언론들이 전했다.
스페인은 전 국민에게 광범위한 공공 건강보험을 제공하고 있으나 2012년 우파 국민당 정부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불법 이민자에 대한 건강보험 제공을 중단했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불법체류자에게 무료 건강보험을 제공했고,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당 정부는 2015년 응급의료 부문에 대해서만 불법체류자의 건보혜택을 부활했다.
현재 스페인에 정당한 체류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 이민자는 80만 명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스페인 하원은 또한 이날 난민 급증에 대비해 이민국 직원을 300명 증원하는 방안도 함께 의결했다.
정부 안이 통과되자 국민당에서는 "스페인으로 난민들을 더욱 몰려들게 하는 조치"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스페인은 북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오는 난민의 제1 유입국이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난민의 주된 유럽 진입 경로였던 이탈리아에 극우·포퓰리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뒤 이탈리아 루트가 사실상 봉쇄되자 난민들은 대신 스페인으로 몰려들고 있다.
우파 국민당 내각을 실각시키고 지난 6월 집권한 스페인 사회당 정부는 기본적으로 난민 문제를 인도주의와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3만3천 명이 넘는 난민이 해상 또는 육상으로 스페인으로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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