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이들립 내 테러조직 궤멸" 한목소리…터키 "휴전 협상해야"
시리아 반군 최후거점 이들립 탈환작전 임박
(테헤란·이스탄불=연합뉴스) 강훈상 하채림 특파원 = 러시아, 이란, 터키 등 3개국 정상이 시리아 내전을 사실상 종결하는, 반군의 최후 거점 이들립을 놓고 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담판을 벌였다.
그러나 시리아의 평화 정착과 주권 존중, 유엔 헌장 준수, 민간인 보호, 대화를 통한 해결, 대테러 작전 협력 등 원론적인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을 뿐 구체적으로 합의하진 못했다.
이로써 이들립에서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날 회담에서 러시아와 이란은 이들립에서 테러조직을 완전히 소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터키는 휴전 협상을 요구했다.
러시아, 이란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터키는 반대로 이들립 내 반군을 후원하는 탓에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이날 공동 성명을 보면 이들립 내 테러조직은 유엔이 지정한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라는 데까지는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정부에 대항하는 미국, 터키 등이 지원하는 반군이 이들 공인된 조직과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테러조직으로 본다.
터키는 또 자국 영토와 가까운 이들립에서 대규모 탈환작전이 벌어지면 난민이 대거 유입될 된다고 우려하는 터라 군사 행동에 반대한다.
시리아 내전에 가장 깊숙이 개입한 이들 3개국은 그간 두차례 정상회담에서 긴장완화구역과 같은 합의를 이뤄내기도 했으나 종전이 임박하면서 이날 이견을 노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회담 모두에 "테러조직 잔당이 긴장완화구역인 이들립으로 모여들었다"며 "테러분자들은 휴전을 훼방하고 화학무기를 포함한 여러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립의 테러조직을 궤멸하겠다. 합법적 시리아 정부가 모든 영토를 통제해야 한다"고 말해 군사작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러시아군은 4일 시리아 정부군과 함께 이미 이들립 공습을 시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과 관련해선 "이들립의 테러조직이 휴전 합의를 지킬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시리아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테러조직을 소탕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를 거들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단계적 안정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해 시리아 반군과 교전했던 알레포나 동(東)구타와 같은 대대적인 공세가 당장 시작되지는 않을 것을 시사했다.
반군 편에 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들립에 대한 어떤 공격도 재앙과 대량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다"며 "모든 무장조직에 휴전을 촉구하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시리아 내전은 군사적 해법이 아닌 협상을 통한 정치적 절차로만 종식될 수 있다'는 선언적 문구로 공동 성명에 담겼다.
이번 3자 정상회담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을 겨냥한 러시아·시리아군의 공격이 재개된 후 군사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열려 새로운 휴전 합의나 군사작전을 대체할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될지 기대를 모았다.
시리아 담당 유엔 특사 스테판 데 미스투라는 이날 회담에 대해 "3개국이 이들립의 비극을 피하고자 계속 대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하면서 "이들립의 모든 무장조직에 기지를 민간인 주거지에서 이동하는 시한을 제시해야 하는 게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의 또다른 개입국인 미국도 러시아의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군사작전을 통한 이들립 탈환에 반대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6일 "이들립에서 어떤 군사행위도 시리아 내전을 격화시킨다"며 "시리아 정부, 러시아, 이란이 (군사작전을) 계속한다면 그 결과는 대단히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미국, 유엔과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세계적 이목이 쏠렸던 이날 회담을 기회로 미국의 제재를 함께 받는 이란과 터키는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리아에서 자국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미군은 시리아에서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군이 유프라테스 강 동쪽에 테러조직(쿠르드족 무장조직)의 세력을 형성시켰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정상회담 뒤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이슬람 국가의 단합이 미국을 위시한 거만한 자들(서방)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라며 "중동 이슬람권의 두 강국인 이란과 터키가 정치, 경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푸틴 대통령과 만나서도 "미국의 오만을 꺾기 위해 이란과 러시아가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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