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포퓰리즘 정부 출범 100일…극우 부총리, 반난민 앞세워 독주

입력 2018-09-09 06:00  

伊 포퓰리즘 정부 출범 100일…극우 부총리, 반난민 앞세워 독주
난민에 항구 봉쇄로 주변국과 마찰…주요 법안 1개 통과 '빈수레'
재정 지출 확대 정책 밀어붙이면 금융시장 요동 가능성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권인 이탈리아 새 정부가 9일(현지시간)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3월 4일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단독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 가운데, 기성 정당에 반기를 들고 2009년 창당한 신생정당 '오성운동'과 반(反)난민 정서를 앞세워 약진한 극우정당 '동맹'은 6월 1일 연립 정부를 꾸렸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무명의 법학 교수 주세페 콘테(54)를 총리로 지명하고, 오성운동 대표 루이지 디 마이오(31)와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45)를 각각 부총리로 기용해 돛을 올린 새 정부는 출범 100일을 맞아 지지율이 60%를 웃돌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수많은 정당이 명멸하는 이탈리아에서 집권당의 지지율이 이처럼 치솟은 것은 유례없는 일로 꼽힌다.
지지율 상승은 중도좌파 민주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등 기성 정당의 지리멸렬 속에 난민 강경 정책을 밀어붙이며 존재감을 드러낸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는 취임 직후 "이탈리아가 더는 유럽의 '난민캠프'가 될 수 없다"며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에게 이탈리아 항구를 걸어 잠가 난민 문제를 다시 유럽연합(EU) 전체의 '뜨거운 감자'로 만들었다.
살비니 부총리의 이 같은 반난민 정책은 프랑스, 몰타 등 주변국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가 항만을 봉쇄한 뒤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이 스페인, 프랑스, 몰타 등 주변국으로 분산 수용되기 시작하자, 2014년 이래 65만 명의 난민이 자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에 염증을 느낀 상당수 이탈리아 국민은 그에게 열광했다.
8일 일간 코리에레 델레 세라가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은 33.5%의 지지율로 오성운동(30%)을 따돌리고 단숨에 이탈리아 최고 인기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동맹은 지난 3월 총선에서 17.4%를 득표했고, 오성운동은 33%에 육박하는 표를 얻은 바 있다. 6개월 두 정당의 위상이 역전된 것이다.
난민 정책을 총괄하는 내무장관을 겸하는 살비니 부총리의 반(反)난민 정책이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한 탓에 노동산업 장관을 맡은 디 마이오는 수권 정당의 수장임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콘테 총리는 두 실세 부총리의 그늘에 가려 '꼭두각시'로 전락했다.



100일 동안 이탈리아 새 정부는 난민 정책뿐 아니라, 긴축 재정을 강조하는 EU의 재정 규약에 반발하며 외부적으로는 끊임없는 뉴스거리를 쏟아냈지만, 정작 내부성과는 적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 이후 처리한 주요 법안은 비정규직·임시직 억제와 해외이전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소위 '존엄법'에 그쳤다.
컨설팅업체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볼팡고 피콜리 애널리스트는 dpa통신에 "다수의 전선에서 끊임없는 선언들을 쏟아내며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논란을 일으켰으나 정책적으로는 형편없는 기록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피콜리 애널리스트는 또한 오성운동과 동맹이 일부 사안에 상충하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혼란을 야기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회생 절차를 밟는 항공사 알리탈리아, 붕괴한 제노바 교량을 운영해온 민간 고속도로업체 아우토스트라데 페르 리탈리아 등의 국유화 여부, 이탈리아 토리노와 프랑스 리옹을 잇는 고속열차(TAV) 건설 등 주요 정책을 놓고 두 정당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또한, 살비니 부총리와 디 마이오 부총리 등 정부 실세가 EU의 긴축 예산 규정에 반기를 들며 내년 예산에서 재정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의 3%로 규정한 EU의 재정 규약 파기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예산에 세금 감면,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소득 도입 등 재정 지출 확대로 이어지는 정책들을 대거 반영하려 하고 있어, 현재 GDP의 132% 달하는 이탈리아 공공부채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자, 이탈리아 정부는 EU의 재정 규약을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서둘러 밝히며 시장의 우려 완화에 나섰다.
특히 경제학자 출신으로 EU에 우호적인 조반니 트리아 재정경제장관은 "무모한 예산 계획이 이탈리아가 국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2011년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중 영합적인 선거 공약 실현을 노리고 있는 살비니 장관과 디 마이오 장관을 막후에서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난한 남부에서 지지세가 높은 오성운동, 산업이 발달한 부유한 북부를 주로 대변하는 동맹은 지지 기반만큼이나 핵심 철학도 달라 두 정당의 불안한 동거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포퓰리즘 연정을 견제할 야당이 워낙 지리멸렬해 당분간 연정이 깨질 만큼의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 5년 간 집권한 민주당 중진인 카를로 칼렌다 전 산업부 장관은 이와 관련, "이번 정부는 집권하고도, 여전히 야당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모든 것에 관해 주장만 내놓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상황이 이래서 이 정부에 반대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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