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원생 "우리 유치원 이제 못봐요?" 울먹…철거현장 '시끌'

입력 2018-09-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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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원생 "우리 유치원 이제 못봐요?" 울먹…철거현장 '시끌'
학부모들 "정보제공 못 받아"…"갑작스러운 철거, 증거인멸 아니냐"
인근 주민들, 소음·분진에 거세게 항의…기계 움직일 때마다 먼지 안개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인근 공사장의 영향으로 난데없이 건물이 붕괴 위기에 처한 서울상도유치원의 철거 작업은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은 9일 오후 2시가 넘어 시작됐다.
오후 2시 15분께 1차 작업으로 압쇄기(붐 크러셔)를 이용해 유치원 건물의 기울어진 부분 가운데 필로티 구조물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압쇄기는 집게처럼 생긴 도구가 달린 장비로, 구청 측은 소음과 진동, 먼지를 줄이기 위해 투입했다.
압쇄기는 불과 며칠 전까지 어린아이들이 수업을 받은 곳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할 만큼 흉물스럽게 허물어진 건물을 조금씩 뜯어냈다. 기계가 움직일 때마다 자욱한 먼지 안개가 피어올랐다.
구청 측은 기울어진 부분에 대한 철거를 10일 오후 6시까지 끝낸다는 방침이다.
철거가 시작되자 인근 주민 20여 명은 철거현장이 가장 잘 보이는 골목길로 모여들었다. 심각한 얼굴의 어른들 속에 신기한 표정으로 철거를 지켜보는 아이들도 섞여 있었다.
현장 맞은편 인근 빌라에서는 창문을 열고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철거현장에서 만난 박모(40)씨는 "철거 작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상도유치원에 다니는 7살 딸이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서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2년째 등원 중이었다는 박씨의 딸(7)은 "무섭지는 않지만, 다시는 유치원을 못 볼 거 같아 속상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구청 측에서는 소음과 분진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비를 투입했다고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철거 작업 중 발생하는 시끄러운 소리와 먼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철거현장에 나와 "먼지 나니까 물은 뿌려가면서 해야 할 거 아니냐", "여기 사는 사람 생각 안 하느냐" 등 고성을 질렀다.
유치원 학부모 중 일부는 철거 작업에 앞서 "갑자기 철거하는 건 증거인멸로 보인다"고 소리를 높였다.
유치원 건물이 붕괴 위기에 처할 때까지 과정 등 상세한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이 철거되는 데 대한 문제 제기였다.
특히나 사고 하루 전 유치원 측이 건물 균열 등 이상 징후가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구청 측에서 이를 무시해 학부모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먼저 제기된 다른 민원을 처리하느라 유치원 상황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학부모들은 "사고 이후 유치원으로부터 휴원한다는 알림만 세 차례 받았을 뿐 별도의 상황 설명이 없어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늦게 낳은 쌍둥이가 상도유치원에 다닌다는 조모(38)씨는 "아이 낳으라고만 하지 말고 낳은 아이들을 잘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알고도 벌어진 일,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조씨는 "내일(10일) 오후 7시에 상도초등학교에서 유치원생 학부모 총회가 있다"며 "동작구청 관계자나 시공사, 구의원 등에게 총회에 참석하라고 요청했는데 실제로 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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