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만에…日간토대지진 때 학살된 외조부에 제사드린 韓손자

입력 2018-09-09 18:42   수정 2018-09-09 22:56

95년만에…日간토대지진 때 학살된 외조부에 제사드린 韓손자
간토대지진 학살 희생자 위령제…한국서 희생자 유족 권재익씨 참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1923년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본인에 학살당한 조선인의 위령비 앞에 95년만에 한국의 외손자가 찾아왔다.
재일교포 다큐멘터리 감독 오충공 씨와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경북 영주에 사는 권재익(62)씨는 9일 일본 군마(群馬)현의 사찰 조도지(成道寺)에서 열린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했다.
조도지는 간토대지진 당시 '후지오카(藤岡) 사건'으로 숨진 조선인 17명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있는 곳이다.
이 절에서는 매년 9월 이들을 기리는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1923년 9월 1일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를 비롯한 간토(關東) 지방에서 일어난 간토대지진(규모 7.9)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퍼졌고, 조선인 6천661명(독립신문 기록) 이상이 일본인들이 조직한 자경단과 경찰, 군인에 의해 살해당했다.
지진 발생 직후인 그해 9월 5~6일 군마현 후지오카 경찰서에서 일어난 '후지오카 사건'은 자경단이 조선인 노동자들을 학살한 사건이다. 학살된 사람들은 자갈 공장에서 일하던 조선인들로, 안전할 줄 알았던 경찰서에 피해있다가 자경단에 변을 당했다.
'일조우호연대 군마현민회의'가 주최한 이날 위령제에서 권씨는 95년만에 처음 외할아버지 남성규(사망 당시 30세)씨의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그는 위령비에 있는 외할아버지 이름을 확인한 뒤 제단 위에 향을 피우고 술을 따르는 한국식으로 제사를 지낸 다음 한국에서 가져온 고향의 흙을 주변에 뿌렸다.



외할아버지가 일본에서 숨졌다는 것만 막연히 알았던 권씨는 3년 전 호적 관련 문서와 후지오카 사건의 재판기록이 담긴 서적을 읽고 외할아버지가 간토대지진 당시 후지오카 경찰서에서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최근 도쿄에서 연합뉴스에 "일본의 무책임과, 한국의 무관심, 그리고 언론과 학계의 무지 때문에 누가 학살했고, 누가 학살 당했는지 진실이 묻혀 있다"며 간토대지진 학살 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이날 위령제에 참석해서는 "제사를 드리러 오는데 95년이나 걸렸다"고 말하며 주최측에 "위령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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