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부부 개막 공연 관람…반미구호 사라지고 '외교' 칭송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정빛나 기자 =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5년 만에 야심 차게 재개한 체제 선전용 대(大)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10일 북한 매체들과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전날 오후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첫선을 보인 새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에는 드론(무인기), 레이저, 영상 기술 등 최신 기술이 총동원됐다. 또 반미구호는 사라진 대신 남북정상회담을 필두로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외교를 자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로이터는 이날 평양 현지에서 개막 공연을 취재해 보도하면서 경기장 상공에는 대규모 드론 대형과 레이저, 또 지난 4월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터 등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영상을 보면 대규모 드론 대형이 경기장 공중에서 '빛나는 조국'이라는 문구를 선보였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최고 하이라이트로 꼽히기도 한 '오륜기 드론쇼'를 연상하게 한다.
집단체조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카드섹션'을 통해 만들어진 장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는 4·27 남북정상회담 영상이 방영돼 눈길을 끌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가 공개한 공연 영상에서는 대형 프로젝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차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장면을 비롯해 두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포옹하는 모습, 기념식수를 하는 장면 등이 나오자 장내에서 박수갈채가 나왔다.
영상이 끝나고서는 '4·27 선언 새로운 력사(역사)는 이제부터'라는 글귀가 대형 카드섹션으로 표현됐다.
과거 집단체조 때와는 달리 이날 공연에서는 '반미'를 주제로 한 장면은 생략됐으며, 대신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를 칭송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평양 현지에서 취재한 윌 리플리 CNN 기자는 트위터 계정에 "5년 만에 선보인 북한 집단체조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한 언급없이 마쳤다"고 전했다.
공연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하거나 묘사하진 않았지만 집단체조에 참여한 수천명의 학생들은 '대외관계의 다각화'를 칭송하는 카드섹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해당 슬로건은 영어와 중국어로 형상화됐다.
'자력갱생', '변화의 시대', '오늘과 다른 내일' 등의 글귀를 형상화한 장면도 등장했다.
AFP통신도 평양 현지발 기사에서 1만7천490명의 학생이 동원된 이 날 집단체조는 북한의 역사에서부터 현대 모습까지 망라해 보여준 무대였다고 평했다.
드론 비행에서부터 불꽃놀이, 레이저쇼, 서커스 스타일의 퍼포먼스와 태권도까지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바닥에 일종의 '미디어아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법도 활용됐는데, 이는 북한이 지난 2013년까지 공연했던 기존 집단체조 '아리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기법이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이날 공연 개막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며 이번 공연이 서장 '해 솟는 백두산'을 시작으로 '사회주의 우리 집', '승리의 길', '태동하는 시대', '통일삼천리', '국제친선장' 등의 장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또 개막 공연에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부부동반으로 참석했으며,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 등이 함께 관람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집단체조 공연을 선보인 것은 2013년 9월 이후 5년 만이다. 정권 수립(9월 9일) 7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번 공연은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올해 정권수립 70주년을 '대경사'로 기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번 공연 역시 이 지시의 연장선에서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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