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오늘 고위급 무역협상…불안한 휴전 뒤 다시 줄다리기

입력 2018-09-10 11:41  

미-EU 오늘 고위급 무역협상…불안한 휴전 뒤 다시 줄다리기
자동차관세 불씨는 여전…농축산물 시장개방 두고 진땀 쏟을듯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지 한 달 반 만에 다시 고위급 협상을 개최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세실리아 말름스퇴름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새로운 실무진을 대동한 가운데 양측간 무역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EU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위협을 보류함으로써 양측의 갈등은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위협이 재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교역 물품에 대한 이견도 여전히 남아 있어 분쟁 자체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휴전은 자동차를 제외한 공산품에 대한 관세 인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PG)와 대두(메주콩)의 수입 확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위한 협상에 EU가 응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자국산 농산물에 대해 시장 개방을 확대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농산물 시장 개방은 회원국마다 각자 사정이 다른 EU 내부에서 논란이 크게 불거질 소지가 있다.
게다가 EU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고율관세를 다시 들고나와 EU의 주요 동력인 독일과 같은 국가에 타격을 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위급 협상을 하루 앞둔 9일 독일의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EU 협상가들이 거친 전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현재 분쟁에서 미국과 화해하길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말름스트룀 위원은 자동차나 농산물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벗어나 미국산 쇠고기 수출과 EU의 기술표준 등과 같은 범상한 현안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U 측이 성장 호르몬을 주사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 쿼터를 확대하기 위한 협상을 파격적으로 제의한 것도 농축산물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맞춰주려는 화해의 손짓으로 볼 수 있다.
EU 측은 이런 성의 표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자극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출국하는 당일에 미국이 EU와의 무역에서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방면의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내걸었던 목표에 반하는 결과다. 애널리스트들은 무역적자 확대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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