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특별대표 오늘 방한…이도훈 한반도평화본부장과 연이틀 협의
남북-한미정상회담에 넘길 비핵화-종전선언 절충안 논의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미 협상 교착 상황의 돌파구 마련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가 머리를 맞대게 됨에 따라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을 연결할 창의적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스티븐 비건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한·중·일 순방의 첫 방문지인 서울에서 10∼12일 체류하며 외교부, 통일부 등의 고위 인사들과 상견례를 겸한 의견 교환을 한다.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는 10일 만찬을 함께하고, 이튿날 오전 본 협의를 진행한다.
지난 2월 말 조셉 윤 전임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사퇴한 뒤 공석이던 자리에 비건 대표가 부임함에 따라 한미간의 대북정책 실무조율 채널이 반년 만에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발표됐다가 취소되면서 이상 징후가 감지됐던 북미 대화의 동력이 한국 특사 방북과 북미 정상의 친서 및 트위터 소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없이 치러진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 등을 계기로 되살아나는 시점에서의 한미 조율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18∼20일 남북정상회담과 이달 말 뉴욕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할 비핵화 초기 단계 조치와 종전선언의 조합에 대한 실무 당국자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일 방북한 우리측 특사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입장을 토대로 남북미가 모두 동의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이 본부장과 비건 특별 대표의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대북 특사단과 만났을 때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까지) 안에 비핵화와 북미 적대관계 청산 등을 이루자고 '시간표'를 제시하면서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약화,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선(先) 종전선언 요구를 거두지 않고 있고, 미국도 종전선언에 앞서 핵 신고 등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아직 철회하지 않고 있다. 결국, 북미가 상호 큰 체면 손상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 정부의 최대 과제가 된 상황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핵 신고 수용과 종전선언을 동시 교환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미 간에는 간극이 여전히 크다. 우선 미국은 핵신고를 바라고 있다. 북한은 핵시설 및 핵물질, 그리고 핵무기(핵무력)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며 핵무기 신고를 꺼리고 있다.
북한으로선 핵신고를 하게 되면 핵능력이 실질적으로 공개돼 대미 협상 지렛대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조치를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핵신고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제외한 채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해서만 신고하는 것은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의 어정쩡한 조치와 일종의 '불가역적 조치'라고 할 종전선언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핵 신고 약속-종전선언-핵 신고 이행'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거론하지만, 최소한 핵 신고의 범위에 대한 북미 합의가 전제돼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또 핵무기 신고는 2차로 미루고 영변의 모든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가동 중단을 종전선언과 맞바꾸는 안이 제기되지만, 이에 대해선 미국이 거부할 소지가 커 대안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와는 달리 북한이 핵신고를 하지 않으면서도, 일정 기간에 어느 정도씩 핵무기를 실제 폐기하면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상응조치를 하는 과정을 거쳐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최종 단계로 가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결국, 한미 북핵협상 대표들은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 가운데, 양국이 수용할 방안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구상이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북한에 전해지고, 김 위원장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힐 경우 폼페이오 방북 등 북미 간 협상 재개가 빠르게 모색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과 그 계기에 열릴 한미 협의는 한미공조 강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선은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며,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세부 방안에 대해 얼마나 깊이 들어갈지는 협의를 해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측이 지난주 우리 측 특사에게 한 말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것인지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여러 아이디어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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