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꺼지고 건물 기울고…전국 공사장 주변 곳곳이 위험하다

입력 2018-09-11 07:49   수정 2018-09-11 09:38

땅 꺼지고 건물 기울고…전국 공사장 주변 곳곳이 위험하다
신축건물도 부실공사로 갑자기 기우뚱 '인재', 정부 취약시설 특별점검
당사자 간 보상 놓고 소송 수개월 방치…주민 불안 '나 몰라라'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5월 경북 포항에서 오피스텔 공사장 주변에 있던 4층 건물이 갑자기 기울고 금이 가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오피스텔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가 흘러나와 벌어진 일이었다.
포항뿐 아니라 최근 서울 동작구 상도동 등 전국적으로 공사장 주변 땅이 꺼지거나 주변 건물이 기우는 현상이 잇따라 발생해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사고가 이어지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사장과 흙막이 등 취약시설에 대한 특별점검을 요청했다.

◇ 지하수·토사 유실…공사장 옆 건물 갑자기 '기우뚱'
10일 오후 찾은 경북 포항시 남구 해도동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한 4층 상가 건물은 눈에 띄게 기울어 있었다.
건물 벽은 틈이 벌어져 있고 1층 주차장 위 마감재는 바닥에 떨어져 방치돼 있었다.
이 상가 주변 땅은 지난 5월 9일 새벽 갑자기 내려앉아 도로가 갈라지거나 기울고 상가도 내려앉거나 금이 갔다.
포항시는 상가 바로 옆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지하 터 파기를 하던 중 지하수가 흘러나와 땅이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시는 당시 땅속에 콘크리트를 넣어 메우고 울퉁불퉁해진 인도도 정비했지만 사고가 난 지 넉달이 됐는데도 기울고 뒤틀린 상가는 철거하지 못한 채 여전히 흉물로 남아 있다.
오피스텔 시공 건설사와 상가 건물주가 보상액을 놓고 의견 차이가 커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건물 주변에는 접근 금지를 알리는 통제선만 설치돼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장 주변에서 만난 50대 주민은 "건물 앞을 지나갈 때마다 혹 무너질까 늘 불안한 마음"이라며 "언제 철거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계측기로 건물 변화를 수시로 체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큰 변화는 없다"며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소송 중이어서 철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는 남구의 한 건물 신축공사장 바로 옆 4층 상가건물이 올 3월부터 1층 시멘트 바닥과 담 등에서 금이 가고 틈이 벌어졌다.



신축공사장에서 지반을 다지는 개량공사가 시작된 이후였다.
건물주와 입주 상인들은 대형사고로 이어질까 우려해 남구청에 공사중지를 요청한 뒤 법원에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건물주 관계자는 "신축공사장 물막이 공사로 인해 지면(흙)이 내려앉아 싱크홀이 생겨 건물이 지면에서 약간 떠 있는 상태"라며 "옆으로 약간 기울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싱크홀은 없고 건물 신축공사 중 발생할 수도 있는 피해는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에서는 작년 2월 6일 이후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도로에 침하와 균열이 수차례 나타나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당시 지반침하는 고층 복합시설을 건설하기 전 터파기 공사를 하다가 토사가 유실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사고 때마다 발빠른 신고와 대응으로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이곳이 서울과 일산을 오가는 길목이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혼잡을 빚었다.
또 업무시설 공사현장 뒤편으로는 경기 북부지역 최고층 건물인 59층짜리 주상복합시설이 위치해 지역주민들은 2차 사고가 날까 불안에 떨어야 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는 지난 6일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근처 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 수십 명은 사고 직후 임시대피소로 긴급대피해 화를 면했다.
지난달 31일 새벽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대형 오피스텔 공사장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주민 수백 명이 황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 짓는 건물도 기울어 황당…부실공사 원인 '인재'
주변 공사와 상관없이 건물 신축공사 도중 건물이 기우는 일도 이어졌다.
지난 2월 15일 강원 원주시 문막읍에 신축 중이던 3층짜리 건물이 일부 무너지면서 '기우뚱' 기울었다.
사고 당시 건물은 비어 있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 건물은 18가구 규모 원룸으로 같은 달 말 준공 예정이었다.
기울어진 건물은 추가 붕괴 우려가 커 원주시가 건축주 등에게 철거를 요구한 끝에 지난 6월 모두 철거됐다.
원주시는 건물 설계사와 감리자를 해당 시·도에 행정처분을 의뢰했고 건축법 위반(구조안전진단 누락 등) 혐의로 건축주와 설계사, 감리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 사하구 한 신축오피스텔 건물이 맨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한쪽으로 기울었다.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기울기가 점점 더 심해져 건물 꼭대기가 원래 있어야 할 위치보다 105.8㎝까지 벗어났다.
복원업체가 건물 하부 기울어진 부분에 대량의 시멘트를 주입해 건물을 들어 올리는 '디록'공법으로 공사해 지금은 기울기가 회복된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오피스텔은 낙동강 하구 지역의 연약지반 위에 지어 건물 하중을 견딜 만한 조치를 하라는 구조 기술사의 지시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약지반 보강작업에 필요한 지질조사를 하지 않았고, 건물이 도시철도와 2.5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사전신고 대상이었지만 이마저도 어기고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경찰청은 오피스텔 시공사 대표 A(61)씨와 시행자 B(64)씨, 감리자 C(58)·D(48) 씨 등 5명은 건축법 위반 등으로, 관할 사하구청 공무원 E(51)씨는 직무유기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공사장 구조물 위험 사고와 관련해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취약시설 안전점검을 요청했다.


(손형주, 이재현, 권숙희, 장영은, 손대성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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