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2년] ① 겉으로 평온하지만 곳곳에는 아직도 지진 상흔

입력 2018-09-11 07:11  

[경주지진 2년] ① 겉으로 평온하지만 곳곳에는 아직도 지진 상흔
불안·어지럼증 주민 고통 '진행형'…"포항 지진으로 다시 몸서리"
피해 문화재 58건 중 56건 복구…황남동 한옥마을엔 기와 대신 함석

[※ 편집자 주 =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지 2년이 됐습니다. 강진으로 경주 등에서 23명이 다쳤고 재산피해가 5천368건에 110억원에 이르렀습니다. 이후에도 경주에는 여진이 일어난 데다가 2017년 11월 15일에는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나는 등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이 확인됐습니다. 연합뉴스는 피해지역인 경주 현재 상황을 점검하는 기사 3꼭지를 송고합니다.]


(경주=연합뉴스) 손대성 최수호 기자 = 2년 전 규모 5.8 지진이 일어난 경북 경주시가 지진 발생 2년이 지나면서 차츰 본 모습을 되찾고 있다.
다만 겉보기와는 달리 일부 지역에는 신라 천년고도의 옛 모습을 잃은 흔적이 곳곳에 눈에 띄어 아쉬움을 남긴다.
2016년 9월 12일 오후 7시 44분 경주시 남남서쪽 8.2㎞ 지역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해 경주시민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얼마 뒤 들이닥친 본진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경주시민들이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불과 48분 뒤인 오후 8시 32분 전진 진앙과 500m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5.8의 본진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 지진을 관측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다.
두 차례의 강력한 지진으로 경주에서는 집 담이 무너지고 건물 벽이 갈라지는 등 엄청난 피해가 났다.
포항, 대구, 울산, 부산,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시민들은 지진이 일어나자 집과 건물에서 급하게 빠져나와 학교 운동장이나 건물이 없는 공터, 차 안에서 불안 속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12일에는 여진 105회, 13일에는 134회 발생했다. 이후 여진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본진 일주일 뒤인 19일 경주시 남남서쪽 2.3km 지점에서 또다시 발생한 규모 4.5 여진이 현재까지 최대 규모 여진으로 기록됐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주민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한동안 지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강진으로 23명이 다치고 재산피해가 5천368건에 110억원에 이르자 정부는 같은 달 22일 지진피해로는 처음으로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엄청난 피해와 충격을 안겨준 비상상황이었지만 지진 상황 전파, 대피 등 초기 대응에 많은 허점을 드러냈고 당국에는 비난이 쏟아졌다.
다급해진 정부는 그동안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으로 이원화했던 '긴급재난문자(CBS)' 발송 체계를 기상청으로 일원화했다.
옥외 대피소나 실내구호소를 지정해 주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안내 표지판도 붙였다.
지진이 일어난 지 2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표면적으로는 경주에 지진이 났나 싶을 정도로 평온한 모습이다.
상당수 주민은 어지럼증이나 두려움에 시달리는 증세도 벗어났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으로는 당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듯 지진이란 단어는 아예 입 밖에 꺼내지도 않는다.
경주시민 김모(55)씨는 "지진이 나고 주변에 한동안 어지럼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후 잠잠해졌는데 지난해 포항 지진이 났을 때 경주도 흔들린 데다가 지진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난다며 다시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지금은 다들 지진 얘기를 별로 하지 않는 데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피해가 난 건물은 대부분 복구가 끝났다.
피해가 난 문화재 58건 가운데 첨성대와 불국사 다보탑 등 56건의 수리가 마무리돼 제 모습을 찾았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과 원원사지 3층석탑은 아직도 수리가 진행 중이다.
경주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원원사지 3층석탑은 곧 준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겉보기와 달리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라 천년고도의 옛 모습과 정취를 잃은 곳이 많다.
첨성대와 대릉원 등 신라 유적과 오래된 기와집이 한데 어울려 있는 황남동 한옥마을은 지진으로 예전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진피해를 본 주택과 상가 등의 지붕 보수에 흙으로 구워 만든 재래식 골기와 대신 철판에 아연을 도금한 함석 기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함석 기와는 골기와에 비해 매끈하고 색깔도 선명해 마을 고유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골기와로 지붕을 복구하려면 부서진 기와를 모두 걷어내고 구조 진단·보강 공사를 한 뒤 새 기와를 올려야 하지만 무게가 적게 나가는 함석 기와를 사용하면 보수가 비교적 간단하다고 한다. 가격도 골기와의 4분의 1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주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황남동 같은 역사문화미관지구(15.9㎢)에서 한옥을 신축하거나 고칠 때는 전통 양식을 따라야 하고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기면 과태료 등 처분을 받는다.
이런 까닭에 황남동 주민 대부분은 기와지붕 복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경주시는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나 사정동 등 나머지 역사문화미관지구에 있는 한옥의 사정도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주민은 "재래식 기와로 지붕을 복구하려면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린다"며 "고작 100만원 밖에 안되는 지원금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피해 주민이 골기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 외에 시 예산을 추가로 지원하면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본 주민이 함석 기와를 사용했다고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sds123@yna.co.kr,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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