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CC와 충돌…"아프간 미군 조사하면 ICC 판·검사 제재"

입력 2018-09-11 10:52   수정 2018-09-11 11:52

美, ICC와 충돌…"아프간 미군 조사하면 ICC 판·검사 제재"
볼턴 "ICC의 美주권위협 수용못해"…부시 행정부때 갈등 재현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은 전쟁범죄 혐의를 받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기소하려 한다면, 미국도 ICC 소속 판·검사를 제재하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2000년대 초 조지 W.부시 행정부에서 미군의 기소면제 문제를 놓고 있었던 미국과 ICC의 정면충돌이 재현된 모양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보수단체인 '연방주의자 협의회' 연설에서 "ICC가 미국과 이스라엘 등 동맹의 뒤를 밟는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는 (ICC) 판·검사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그들의 미국 내 자금을 제재하며, 미국 형사법에 따라 그들을 기소할 것"이라면서 "ICC의 미국인 조사를 지원하는 다른 국가와 기업에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턴 보좌관은 "미국은 이 불법적인 재판소의 부당한 기소로부터 우리 국민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ICC의 미군 조사에는 '권한도 없을 뿐 아니라 터무니없고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규정하면서 "ICC가 미국의 주권과 국가안보적 이익을 위협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는 ICC에 협조하지 않겠고, ICC에 가입하지 않겠으며,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ICC가 스스로 사라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ICC가 설립 후 지금까지 15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쓰고도 유죄판결은 8건에 불과했으며, 지금도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리비아, 시리아 등지에 벌어지는 잔혹 행위를 막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용론'도 제기했다.
볼턴의 강경 발언은 ICC가 아프간 주둔 미군과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을 조사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지도자들로부터 인권침해를 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 관리들에 대한 ICC 조사를 차단하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ICC 검사들은 작년 11월 아프간에서 전쟁범죄를 자행한 혐의를 받는 미군과 CIA 요원들을 조사하게 해달라고 ICC 재판부에 요구했다.
ICC는 이날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로마조약이 정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행동하며, 조약이 부여한 권한을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집행한다"고 반박했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미국 정부가 인권유린자들을 감싸고 도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볼턴 보좌관을 좀 더 강하게 비난했다.
ICC는 전범, 반인도적 범죄, 집단학살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운다는 목표로 창설된 상설 국제법정이지만, 미국은 그 설립 근거인 2002년 로마조약에 반대해 이를 비준하지 않았다. ICC의 사법관할권에 미국이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의회가 양분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시 행정부 때에는 외국에서 전쟁범죄로 고발된 미국인이 ICC에 회부되지 않도록 미국군인보호법안(ASPA)을 제정했다.
이어 ICC에 미군의 신병을 인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가 되는 ICC 창설조약 제98조(ICC 기소면제)에 대한 합의를 개별 국가에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부시 행정부 2기 때 ICC가 수단 다르푸르 인권탄압을 조사할 때에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ICC가 잔혹 행위로 악명높은 우간다 무장단체 '신의 저항군'(LRA) 지도자를 조사할 때에는 부분적으로 지원까지 하는 등 다른 태도를 보였다.
quinte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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