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1곳서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등 행사 마련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1번 찍어야 혀. 이번에는 꼭 2번 찍어야 혀. 선거 때만 되면 남편이 정해준 대로 번호만 보고 도장을 찍었다. 이번에도 번호를 정해주고 그 번호에 찍으라 한다'
충남 서천군청 행복서천 문해교실 학생인 장현명(74)씨는 글을 몰랐다.
3남 3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나 글을 배울 기회는 남자 형제들에게 양보하고 살림과 일을 먼저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때가 되면 자신이 투표할 사람의 이름도 읽지 못한 채 남편이 찍으라는 번호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문해교실에서 글을 배우면서 올해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선거를 치렀다.
기표용지에 쓰인 후보자들의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읽고 믿을만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이름 옆에 도장을 꾹 찍었다.
찍으라는 번호를 잘 찍었느냐고 묻는 남편에게 장 씨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투표는 비밀이야"
장 씨는 처음으로 후보자들의 이름을 읽고 투표하면서 느낀 설렘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장 씨의 작품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문해(文解)의 달인 9월을 맞아 주최한 시화전 공모에서 다른 9개 작품과 함께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어린 시절에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나이 들어서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약 1만2천명이 시화 속에 자신의 사연을 펼쳐냈다.
문해교육은 문자를 읽고, 쓰고, 셈하는 능력을 포함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문화적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글을 모르는 이들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고 문해교육 참여율을 높이고자 유네스코 '세계 문해의 날'(9월 8일)이 포함된 이달을 문해의 달로 정해 홍보하고 있다.
교육부는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한민국 문해의 달 선포식'을 열어 시인 김용택 씨와 한복선 요리연구가를 문해교육 홍보대사로 위촉한다고 11일 밝혔다.
행사 당일에는 금융·교통·생활영어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부스와 가상현실(VR) 운전체험 기회를 마련하고, 시화전 전시회도 연다. 시화전은 11월까지 전국 71곳에서 열린다.
2014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일상에서 필요한 읽기·쓰기·셈하기가 어려운 18세 이상 성인은 전체 성인의 6.4%인 264만명으로 추정된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문해교육은 국가가 미처 책임지지 못 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문해 학습자의 배움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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