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동향 9월호서 '개선추세' 문구 삭제…"내수 약화, 수출 증가세 유지"
"취업자 증가폭 급격위축은 인구구조 변화·경기상황만으로 설명 어려워"
(세종=연합뉴스) 이 율 기자 =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락할 위험이 크지만,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다는 진단을 내놨다.
전달까지 경기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 증가세 약화로 제약받고 있다는 진단에서, 이번에 경기가 하락할 위험이 크다는 진단으로 선회한 것이다.
KDI는 11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내수증가세가 약화하면서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증가세가 유지됨에 따라 경기의 빠른 하락에 대한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제동향 집필을 총괄한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경기가 정점을 지나고 있고, 하락할 위험이 크지만,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DI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총평에서 생산 측면의 경기개선 추세가 더욱 완만해지고 있지만, 개선 추세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개선 추세'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경기 하락을 시사한 것이다.
7월 전산업 생산은 광공업이 증가로 전환하면서 전월(0.2%)보다는 증가 폭(1.2%)이 확대됐지만, 부문별이나 산업별로 경기가 차별화되는 모습은 이어졌다.
광공업생산은 자동차(-12.0%)에서 부진했지만, 반도체(23.9%)가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전월 감소(-0.4%)에서 증가(0.9%)로 전환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1.7%)과 유사한 2.0%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건설업 생산은 전월(-6.3%)에 이어 7.0% 감소하면서 부진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KDI는 투자 관련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 관련 지표가 다소 회복됐지만, 내수의 개선을 견인하기에는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내수증가세 약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고 소매판매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일부 회복됐지만, 소비자심리 하락 등 향후 소비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는 위험요인은 아직 그대로라는 판단이다.
이런 내수 경기를 반영해 고용상황도 악화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KDI는 평가했다. 제조업 고용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7월 전체 취업자 수는 5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KDI는 7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의 급격한 위축은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상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현욱 부장은 연합뉴스에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 전반적 산업경쟁력 저하에 따른 구조조정 등의 효과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더라도 수출이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생산 측면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가 빠르게 하락할 위험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8월 중 수출은 8.7% 증가하며 전월(6.2%)보다 증가 폭이 소폭 확대됐다.
KDI는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무역분쟁 심화 우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등 하방 위험도 그대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유가는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감소 우려로 8월 중순까지 하락했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제한과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전망,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2018∼2019년 유가 전망치는 점차 상향조정되고 있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수출금지와 미국의 원유생산 정체로 공급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유가는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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