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고베시의원 "관저 인사가 '경쟁후보 연설 가면 장래 막힐 것' 협박해"
총재선 앞둔 러시아 방문 놓고 '불공정' 비판도…아베, 힘으로 의원 지지 확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측 인사가 경쟁자 지방의원에게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측 유세에 참가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런 식의 협박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확대하며 의원표의 83%를 확보했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소속인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 의회 오카다 유지(岡田裕二) 의원은 아베 진영 인사로부터 지난 11일 고베시에서 열린 이시바 전 간사장의 거리 연설에 참석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민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자신에게 전화를 해 "총리 관저 인사로부터 '(이시바 전 간사장의 거리 연설에) 참가하면 장래가 막힐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며 이시바 전 간사장의 거리 연설에 가지 말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오카다 의원은 2012년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아베 총리 측 캠프에서 일한 바 있는 인사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골적인 공갈, 협박을 받았다"면서 지지 후보를 이시바 전 간사장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 측 인사들이 총재선거 후를 경고하며 이런 식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나왔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속한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관계자들이 이시바 전 간사장의 이시바파에 대해 "선거 후에는 엄중한 처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경쟁자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의원들이 선거 후 인사 등에서 보복을 당할 것을 우려해 아베 총리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자민당 내 아베 총리에게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모습을 보이며 신망을 쌓아왔다.
아베 총리는 총재선거 판세가 이미 자신에게 기울어진 상황에서도 더 많은 지지를 끌어모으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숙원인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필요가 있다는 계산에서다.
아베 총리는 총재선거를 앞두고 이시바 간사장과의 직접 토론을 피하는 한편 러시아를 방문하는 전략을 썼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선거를 불공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자신에 대한 공격을 피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아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하는 모습을 유권자인 자민당 의원들과 지방 당원들에게 보여주려는 '꼼수'를 가졌다는 지적이 많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현직이라는 프리미엄과 파벌을 중심으로 한 '힘'을 바탕으로 거세게 바람몰이를 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2일 보도한 조사 결과 자민당 의원 405명 중 83.2%인 337명이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표를 던질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아베 총리는 70% 안팎의 의원 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투·개표일에 가까워지면서 지지 의원들이 더 많이 늘어난 것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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