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데이' 세일가가 평시보다 비싸…일부 호텔 가격도 '어뷰징' 의혹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11번가데이' 때 최대 22% 할인되는 신용카드를 지닌 김모(32)씨는 장바구니에 화장품·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담아 놓고 11일을 기다렸으나 막상 11일 장바구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일부 제품가가 전날보다 큰 폭으로 뛰어 22%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전날보다 오히려 총 구매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농산품도 아니고 가격이 정해진 공산품이 이렇게 하루 만에 가격이 치솟다니 어이가 없다"며 "기본가가 오르니 결국 22%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할인하지 않는 다른 인터넷쇼핑사이트들과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고 당혹스러워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 11번가에서는 매달 11일 일부 고객들에게 11∼22%를 할인해주는 '11번가데이'에 제품들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른다는 불만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11번가데이'는 대부분 다른 세일들처럼 예고 없이 시작되지 않고 날짜가 매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하려는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아놨다가 11일에 맞춰 사곤 한다.
하지만 전날까지 일정했던 가격이 세일이 시작되자마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소비자들을 당혹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 업체가 가격을 정해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판매업체가 같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각자 가격을 설정하는 형식으로 쇼핑몰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할인할 경우 11번가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이러한 제도를 악용해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판매자들이 일부 나온다.
특히 기존에는 11번가가 '11번가데이' 참가업체를 지정(일부 카테고리 제외)했으나, 올해 8월에는 신청을 받은 후 11번가와 판매자들이 비용을 분담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더 도드라졌다.
11번가도 이러한 '가격 어뷰징'이 나타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11번가 관계자는 "11번가데이 행사는 일부 카테고리를 제외한 6천만∼7천만 상품 대부분에 혜택이 적용되는 대규모 행사로, 가격 관리를 위해 MD들이 동일모델 상품 간 가격경쟁 상황을 파악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간혹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어뷰징을 방지하기 위해 가격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적은 적립금 지급이 많은 인터넷면세점에도 제기된다.
적립금을 많이 준다고 생색을 내면서 뒤로는 제품 가격과 할인율을 조정하고, 적립금 적용이 안 되는 품목을 예고 없이 늘려 손해를 보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인터넷면세점 관계자는 "적립금을 늘린 것은 고객 편의와 인터넷면세점 활성화를 위해서이고, 그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려고 할인율이나 품목 등을 조정하지는 않는다"며 "적용 여부나 할인율 등은 브랜드와 협의해 그때그때 조정하고, 잘 팔리는 품목은 더 많이 팔기 위해 더 많이 할인하고 있을뿐더러 고객 유치를 위해 인터넷에 투자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시기와 예약사이트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호텔 또한 세일가가 오히려 평상시 가격보다 높은 경우가 간혹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다.
최근 25%를 할인해주는 가을 세일을 시작한 글로벌 호텔브랜드 H사는 세일 시작 전 찾아봤던 객실가보다 시작 후 오히려 더 가격이 높거나, 낮아졌더라도 25%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석 연휴 때 '호캉스'를 즐기려 H사 예약사이트를 이용했다는 이모(33)씨는 "세일이 곧 시작한다기에 기다렸는데 더 비싸진 걸 보니 어이가 없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보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고, 세일 시작 직전이 제일 싸다는 말까지 있어 허탈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호텔업계는 요즘처럼 손쉽게 가격 비교가 가능하고, 재방문 고객이 많은 상황 속에서 이런 '꼼수'를 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한다.
이번에 세일에 참여하는 H호텔브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다 보니 상하이 본사 쪽 수익을 관리하는 팀에서 파악하는 트렌드 및 수요 등과 예약률, 시기 등 각종 데이터에 기반을 둬 가격이 자동으로 변동한다 "며 "평소 가격을 아는 단골들이 많아 갑자기 가격을 올린다면 불만이 폭발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amj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