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고는 판결·소송서 위법 바로잡는 절차…재심과 달라
선언적 의미에 그칠 듯…원심이 피고인에 불이익한 경우만 2심 다시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8/09/13/AKR20180913126600004_01_i.jpg)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참혹한 인권침해가 벌어졌지만 관련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던 '형제복지원 사건'이 30여년 만에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법원 심리를 통해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확정된 무죄의 효력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13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재수사가 진행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상상고하라고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문 총장은 이 사건의 재수사 결과 등을 검토해 조만간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이 발견됐을 때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비상구제절차다.
판결이나 소송 절차에서 위법이 발견됐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절차라는 점에서, 원심이 증거 등을 부당하게 판단해 생긴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거나 적용된 법이 위헌으로 결정됐을 때 진행하는 '재심'과는 다르다.
원칙적으로 유죄가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재심과 달리 비상상고는 유·무죄는 물론이고 면소·공소기각 등으로 확정된 판결도 대상이 된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박인근 원장 등의 특수감금 행위에 대해 내무부 훈령 410호를 적용해 형법상 정당행위라고 보고 무죄로 판결한 부분이 '법령을 위반한 심판'에 해당한다고 검찰개혁위는 판단했다.
비상상고는 검찰총장이 검찰을 대표해 대법원에 제기하고, 단심제로 대법원 선고에 의해 확정된다.
문무일 총장이 대상 사건과 그 이유를 기재한 신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면, 대법원에서는 일반적인 상고심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접수 후 소부에 배당해 공판 절차를 진행한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8/09/13/AKR20180913126600004_02_i.jpg)
검사가 신청 내용을 진술하는 공판 기일이 열리고, 대법원은 신청 이유에 한해 사실 조사 등 심리를 벌여 최종 판단을 내린다.
다만 신청한 내용대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과거의 판결에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박인근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확정된 무죄판결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은 비상상고 사건의 원심판결이 유죄 판결 등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경우에만 2심 재판을 다시 하고, 그 외에는 비상상고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원심판결이 위법했다'는 선언적 의미만 갖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징역·금고형만 가능한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으나 벌금형을 확정받은 전직 경찰관의 비상상고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벌금형은 그대로 확정한 바 있다.
반대로 원심판결이 피고인에게 불리했다면 새로 판결하게 된다.
법적으로 보호감호 처분을 내릴 수 없는 폭행사건에서 징역형과 보호감호 처분을 받았던 피고인이 2004년 비상상고를 통해 원심판결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내고, 곧바로 보호감호소에서 석방된 사례가 있다.
2011년에는 보호관찰을 명했을 때만 전자발찌 부착을 선고할 수 있음에도 전자발찌 부착만 선고했던 판결에 대해 비상상고가 인용돼 원심판결의 전자발찌 부착 명령이 파기된 사건도 있었다.
sncwoo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