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비니 "법과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난민선에 항구 닫은 것" 항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강경 난민 정책을 주도하며 취임 이후 국내외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게 '쓴소리'를 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1990년대에 이탈리아를 이끌던 오스카 루이지 스칼파로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하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의 민주주의는 규정에 의해 운영되며, 이를 존중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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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이탈리아 체제에서 선출된 법관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법관들은 헌법에 의해 적법성과 권위를 부여받았다"며 "그러므로 그들은 선거 결과를 따르지 않고, 법과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살비니 부총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이날 연설은 최근 여러 차례 사법 당국을 불신하는 발언을 한 살비니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달 지중해에서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들을 불법 감금한 혐의로 시칠리아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게 되자 "한 국가 기관이 다른 국가 기관을 조사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나는 국민이 뽑았지만, 다른 쪽은 누구에 의해서도 선출되지 않은 기관이라는 점"이라고 말하며 반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 해안경비정에 의해 구조된 뒤 시칠리아 섬에 입항한 난민들을 유럽 주변국과 이탈리아 가톨릭계가 분산 수용 의사를 표명할 때까지 열흘가량 하선을 금지해 인권 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살비니 부총리는 또한 자신이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의 전 대표의 정당 보조금 불법 유용 사건과 관련, 최근 법원이 동맹으로부터 자산 4천900만 유로(약 640억원)를 몰수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자, "정치적 판결"이라며 법원을 비난하기도 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마타렐라 대통령의 충고에 대해 자신이 난민들을 태운 선박을 이탈리아 항구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는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은 오늘 아무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옳다"며 "나는 법과 헌법, 이탈리아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난민 밀입국업자들에게 항구를 닫은 것"이라며 "나를 수사하고, 법정에 세워도 이를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관을 지낸 뒤 중도 좌파 민주당 집권 시기인 2015년 국가 수반의 자리에 오른 마타렐라 대통령은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손을 잡고 구성한 포퓰리즘 연정 출범 과정에서도 살비니와 한 차례 부딪힌 바 있다.
유럽연합(EU)의 굳건한 신봉자인 마타렐라 대통령은 살비니가 유로화 탈퇴를 주장하는 파올로 사보나를 이탈리아 경제 수장에 임명하자, "정부의 보증인으로서 시장과 투자자, 이탈리아 국민과 외국인들 모두에게 불안을 주는 반(反) 유로 입장을 견지한 경제장관을 승인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동맹'과 '오성운동'은 이에 마타렐라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결국 사보나를 중요성이 떨어지는 유럽 담당 장관으로 기용하고, 온건한 경제학자를 경제장관으로 기용하는 타협안을 내놓으며 지난 6월 가까스로 돛을 올렸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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