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13일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은 이번 정권의 역대 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16개월가량 됐다는 점에서 부동산 대책은 평균 2개월마다 한 번씩 나온 셈이다.
가장 파급력이 큰 대책은 투기과열지구 등을 꺼내 '규제종합세트'라 불리는 8·2 종합 대책이지만 시장 상황의 위급함이나 대책에서 묻어나오는 절박함은 이날 발표된 9·13 대책이 더 크다.
8·2 대책은 정부 출범과 함께 다주택자 등 투기세력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과열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천명하는 듯 고강도 규제를 쏟아내 정부의 공세가 강했다.
그러나 앞서 나온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규제가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이제는 정부의 카드가 더 없을 것'이라는 심리와 함께 집값이 다락같이 올랐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정부의 수세적인 모습이 두드러져 보인다.
주택시장 상황도 더 다급하다.
8·2 대책을 발표하기 전 서울 아파트 주간 변동률은 7월 넷째 주가 0.24%, 다섯째 주는 0.33%였지만 이번 대책 직전 서울 변동률은 8월 넷째 주 0.45%, 9월 첫째 주 0.47%로 훨씬 더 높다.
9·13 대책은 일부 규제가 참여정부 때 수준을 넘어서기도 한다.
서울과 경기 일부 등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최고 3.2%로 중과하기로 한 것은 참여정부 수준(3.0%)보다 높은 것이다.
고가 주택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에 실거주 요건을 넣은 것도 참여정부 때보다 강하다.
물론 참여정부 때 종부세는 전반적으로 지금 수준보다 높았다.
지금의 인별 과세가 아닌 부부합산 과세였고, 종부세 대상도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이었다. 이후 부부합산 과세는 위헌 결정을 받아 인별 과세로 수정된 바 있다.
또 이번 대책에서는 앞선 정권에서 150%로 낮춰진 종부세 세부담 상한을 조정지역에 대해 참여정부 수준인 300%로 높였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면제 실거주 기간을 참여정부 때처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막판에서 제외됐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이같은 종부세 인상과 강력한 대출 규제에 청약 규제를 더한 것인데, 이는 참여정부에서 나온 대책의 틀 안에 있다.
종부세와 분양가 상한제 및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강력한 카드는 모두 참여정부 때 나왔다.
참여정부 때도 판교와 위례, 검단 등 신도시 개발이 있었으나 주택 공급 대책은 다소 늦게 나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신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44곳 이상의 신규 택지를 개발해 36만2천호 이상 주택을 공급한다는 공급 방안도 이미 내놓은 상태다.
물론 정부는 8·2 대책 때만 해도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공급은 충분하다며 공급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부터 주택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입장이 바뀌었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공급확대를 외치고 있다.
참여정부는 5년 임기 동안 17회나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권 내에 집값을 잡지는 못했다.
부동산 대책마다 성격과 지향점이 달라 이번 정권의 8차례, 참여정부의 17차례 대책을 수평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못지않게 투기세력과의 전쟁도 불사할 정도로 집값 안정화에 주력하는 만큼 앞으로도 대책이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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