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소득, 금융위기前 수준 회복…2010년이후 아시아계 이민, 히스패닉 갑절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경제호황을 이어가는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통계 지표가 1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미국 인구통계국의 2017년 센서스 결과다.
미국 중간층의 가계살림은 개선되면서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모두 회복했지만, 소득계층별·인종별 소득 격차는 더욱 커졌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미국인 가운데 이민자의 비중은 100여 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10년 이후로만 보면 아시아계 이민자가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계 이민자를 추월했다.
소득 격차와 이민 정책 모두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엔 민감한 이슈다.
뉴욕타임스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민자 비중이 큰 지역에서는 진보 성향의 민주당이, 저학력 백인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공화당이 각각 우세한 편이다.
◇ '빛바랜' 소득증가세…불평등 확대
미국 가계의 중위소득은 지난해 6만1천372달러(6천889만 원)로 전년보다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위소득은 소득계층별 중간값에 해당하는 구간으로, 미국 중산층의 가계살림이 개선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2015년 5.2%, 2016년 3.2%보다는 확연히 둔화했지만 3년 연속으로 증가세를 유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위소득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 중위소득 통계가 작성된 1967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로 평가되는 고용 호조 덕분에 일자리가 늘어가면서 가계소득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지만 소득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7~2017년 기간 소득 상위 10%의 소득은 7.5% 증가했지만, 소득 하위 10%의 소득은 오히려 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빈곤율이 2016년 12.7%에서 지난해 12.3%로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불평등이 확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인종별로도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 2007~2017년 중위소득 추이를 보면, 백인 가계는 1.5% 증가했지만 흑인 가계는 2.9% 줄었다.
빈곤율에서도 흑인 가계가 21.2%로 가장 높았고 히스패닉계 18.3%, 아시아계 10%, 백인 8.7% 순으로 집계됐다.
민간단체인 예산정책우선센터(CBPP)의 재러드 번스타인 연구원은 "전반적인 경제성장과 가계살림 개선 사이의 구조적 격차가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 아시아계 이민자, 히스패닉의 갑절
아시아계 이민자의 급증세가 뚜렷해진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은 지난해 4천450만 명으로 전체의 13.7%를 차지했다. 전년의 13.5%에서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910년 이후로는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민자 비율을 끌어올린 최대 동력은 아시아계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특히 2010년 이후로만 집계하면, 전체 이민자 가운데 아시아계가 약 260만 명으로, 중남미 히스패닉계 120만 명의 갑절을 웃돌았다.
아시아계의 폭발적인 유입과 맞물려 이민자들의 학력 수준도 높아졌다. 이민자 가운데 대졸 이상 학력자는 2000~2009년 30%에 불과했지만, 2010~2017년엔 45%로 절반에 육박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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