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10여개 시범철수·'철의 삼각지' 유해 발굴·JSA 자유왕래
서해 평화수역 조성엔 견해차 여전…평양 정상회담 담판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남북은 13~14일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제40차 군사실무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와 DMZ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군사협력 방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조성 문제와 관련해서 남북 간에 견해차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양측은 전날 오전부터 이날 새벽까지 17시간 회담에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체결과 관련해 논의했다.
국방부는 "이번 군사실무회담에서 그동안 남북장성급회담에서 논의된 사안을 중심으로 사안별 이행시기와 방법 등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DMZ와 서해 NLL 일대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 방지 방안이 담길 군사분야 합의서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 때 체결될 예정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거의 논의를 마무리한 상태"라면서도 "다만, 합의서 초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전날 군사실무회담에선 지난 7월 31일 열린 제9차 남북장성급회담에서 큰 틀의 견해 일치를 본 GP 시범철수와 DMZ 공동유해발굴, JSA 비무장화 등과 관련해선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남북이 각각 10여개의 GP를 (서부·중부·동부전선에서) 시범철수해 문제점을 확인한 뒤 지역별로 철수하고 DMZ 내 모든 GP의 철수로 확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DMZ 공동유해발굴은 남측 철원과 김화, 북측 평강을 잇는 이른바 '철의 삼각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철의 삼각지는 백마고지 전투와 지형능선 전투 등이 있었던 6·25 전쟁 최대 격전지인데다 궁예도성 유적지도 있어 공동유해발굴과 함께 유적발굴도 가능한 지역이다.
남북은 철의 삼각지 중에서도 6·25 전쟁 전사자 유해가 많고 발굴이 용이한 지역을 골라 시범적으로 작업한 뒤 발굴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JSA 비무장화는 남북 경계병력이 권총 등으로 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1976년에 발생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전처럼 JSA 내에선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방안에 양측이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JSA 내 자유왕래를 위해서는 JSA 관할권을 가진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서해 NLL 일대에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 간 견해차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어로 등이 가능한 평화수역 조성의 준비단계로 남북은 함정 출입과 해상사격을 제한하는 일종의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기준선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NLL 기준 등면적 원칙을 제시했으나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는 북측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관련 "기준선을 정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며 양측 간 이견이 상당함을 시사했다.
'4·27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된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은 남북 정상 간의 담판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리는 서해 NLL 일대에 남북공동어로가 가능한 평화수역을 조성하는 문제는 남북 군사현안 중 최대 난제로 꼽힌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그해 11월 국방장관회담과 12월 장성급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남측은 서해 평화수역을 NLL 기준 등면적으로 조성하자는 주장했지만, 북측은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경비계선'과 NLL 사이의 수역으로 지정하자고 맞섰고, 이후 10여년 간 남북은 NLL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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