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고 댐 사고 계기 '안전' 강조하면서 주민 설득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국이 미얀마에서 10년 넘게 공을 들이고도 현지 주민의 반대로 중단됐던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되살리기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근 미얀마 중부 바고에서 댐 배수로 붕괴로 홍수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가장 안전한 댐을 건설하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14일 현지 인터넷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중국전력투자집단(CPI그룹)은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인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 알란 마을 주민들과 잇따라 면담을 시도하고 있다.
마을 대표인 멍 라씨는 "그들은 미트소네 수력발전소가 안전한 만큼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또 그들은 댐이 건설되면 마을 주민이 전기 등 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주민과의 만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20여명의 관리들이 초청된 행사에서 그들은 중국의 지원으로 이미 카친주에 건설된 칩위 수력발전소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트소네 수력발전소는 미얀마 군사정부가 중국과 협력해 카친주 이라와디 강에 건설하기로 했던 대규모 수력발전소다.
길이 1천310m, 높이 139.6m의 세계 15위 규모로 설계된 이 수력발전소는 2017년 완공을 목표로 2009년 공사가 시작됐다. 중국은 36억달러(약 4조370억원)를 투자해 6천 ㎿급 댐을 짓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90%를 끌어다 쓴다는 계획이었다.
2010년에는 정부가 댐 건설 예정지 인근 5개 마을 2천200여 명의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며 반발했다.
지난 2011년에 출범한 테인 세인 대통령 정부는 이듬해 돌연 이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고 이는 양국 관계가 소원해진 계기가 됐다.
그러나 중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민주화 운동가 시절 댐 건설 중단에 영향을 미쳤던 아웅산 수치가 집권한 뒤 중국은 집요하게 프로젝트 재개 가능성을 타진했다.
수치의 문민정부는 카친 주 지사 등 20명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렸고 위원회는 2차례의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아직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얀마 중부 바고 지역에서 댐 배수로 유실 사고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자, CPI 그룹은 '안전한 댐 건설'을 내세우면서 다시 주민 설득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댐 건설 예정지 인근에 사는 로이 자 씨는 "우리는 이미 댐 건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방면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며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목숨을 담보로 댐 건설을 허용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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