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사망 집계가 정치공세라는 트럼프…민주당 "물러나라"

입력 2018-09-14 11:40  

허리케인 사망 집계가 정치공세라는 트럼프…민주당 "물러나라"
트럼프 "푸에르토리코 허리케인으로 3천명 죽지 않았다…민주당이 왜곡" 주장
사망자 집계한 연구팀 "압력받지 않아"…산후안 시장 "정치가 아니라 사람 목숨"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리아'의 사망자 집계를 정치 쟁점화한 것을 두고 역풍이 일고 있다.
민주당과 푸에르토리코 당국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판론이 제기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이지만 비슷한 시기 미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어마' 사태 때와 비교해 미 정부가 재해 복구 지원에 매우 미흡하다는 비판을 당시에도 받은 바 있다.
사망자 집계 논란의 발단은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두 번의 허리케인으로 3천 명이 죽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폭풍우가 지나간 뒤 사망자 수는 6명에서 18명 사이 어디쯤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 많이 늘어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더니 한참 뒤에 그들은 진짜 큰 규모인 3천 명과 같은 숫자를 보도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내가 푸에르토리코 재건을 돕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성공적으로 모으자 가능한 한 나를 안 좋게 보이게 하려는 민주당 인사들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민주당과 언론이 자신을 상대로 정치공세를 펴기 위해 허리케인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훨씬 부풀렸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러나 AFP 통신은 허리케인 마리아로 푸에르토리코에서 2천975명이 숨졌다는 집계는 미 조지워싱턴대의 독립적인 조사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지워싱턴대 공공보건 조사팀은 작년 9월 허리케인의 푸에르토리코 상륙 후 6개월 동안 '초과사망'(통상적으로 일어난다고 기대되는 사망을 훨씬 초과해서 발생하는 경우의 사망)이 2천975명에 이른다고 지난달 발표했으며, 푸에르토리코 당국은 이를 공식 사망자 수로 인정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5월 발표된 미 하버드대의 별도 연구에서는 허리케인 마리아의 사망자 수가 4천600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연구진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조지워싱턴대 조사를 이끈 카를로스 산토스-부르고아 교수는 WP 등에 "우리 연구는 과학을 철저히 고수했으며 가장 정확하고 편견 없는 초과사망자 수"라면서 "우리는 어느 누구로부터도 이래라저래라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를 당한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수도 산후안의 카르멘 율린 크루스 시장이 NBC 방송 인터뷰와 트위터를 통해 "제기랄. 이것은 정치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목숨을 구하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고 즉각 반발하는 등 비난이 거세다.
허리케인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꺼리던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마저 MSNBC에 출연해 "희생자와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의 고통에 의문을 제기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을 가리켜 "틀림없이 잘못된 성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공세의 당사자로 지목한 민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인이 된 동료 미국인들에 대한 이 부끄러운 공격을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히스패닉계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민주·플로리다) 하원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신(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그처럼 이기적이고 진실을 심하게 왜곡할 수 있나.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대통령직에서 즉각 물러나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베니 톰프슨(민주·미시시피)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 "대통령이 행정부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수천 명의 사망을 인정하지도 않으려 한다는 사실은 그가 우리의 대통령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또한, 상원의원에 도전하는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일부 공화당 고위 인사들마저 푸에르토리코 사망자가 3천 명에 가깝다는 조사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사망자 수에 의문을 제기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대통령은 진보 언론과 카르멘 율린 크루스 시장이 끊임없는 오보와 가짜 비난을 쏟아냄으로써 푸에르토리코의 피해를 악용하려는 데 대응한 것"이라고 옹호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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