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움직인다고 당하지만은 않는다"…식물 방어과정 규명

입력 2018-09-14 14:38   수정 2018-09-14 15:05

"못 움직인다고 당하지만은 않는다"…식물 방어과정 규명
상처 부위서 다른 잎으로 위험신호 전달 과정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식물이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의 공격을 받고 방어시스템을 가동하도록 위험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매디슨 위스콘신주립대학의 식물학자 사이먼 길로이 박사 연구팀은 식물이 공격을 받을 때 칼슘이온을 통해 위험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을 규명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밝혔다.
식물은 중앙 신경시스템이 없지만 외부에 보이는 것처럼 애벌레 등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수동적으로 당하지만은 않는다는 점은 이미 규명된 사실이다.
길로이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식물이 어떻게 위험신호를 보내 방어시스템을 가동하는지를 밝혀냈다.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는 순간 동물에서와 마찬가지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염(glutamate)'이 다른 잎으로 칼슘이온을 전달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과 방어 유전자를 가동해 추가 공격에 대비하게 한다는 것이다.
세포마다 갖고있는 칼슘이온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신호 역할을 하며, 전하를 운반해 전기신호를 생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식물연구실에서 실험용 쥐처럼 이용되는 식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를 이용해 칼슘 수치가 증가하면 현미경으로 볼 때 녹색을 내는 단백질을 만들어 이런 흐름을 추적했다.
식물의 잎이 애벌레에게 먹히면서 인근 부위에서 칼슘이온이 다른 잎으로 흘러 녹색을 띠는 과정은 동영상으로 생생하게 포착됐다.
그 속도는 초당 1㎜로 동물과 비교할 때 다소 느리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 세계에서는 불과 몇 분 만에 멀리 떨어진 잎까지 방어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다고 볼 때 느리다고만 할 수는 없다.
연구팀은 식물의 상처 부위에서 글루탐산염이 나와 칼슘이온이 다른 곳으로 확산하게 만드는 것으로 봤다.

식물은 칼슘이 전달되면 방어용 스트레스 호르몬인 자스몬산을 생성하는데, 이는 식물의 화학적, 물리적 방어력을 작동시키는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컨대 자스몬산의 일종인 메틸 자스모네이트는 재스민향처럼 공기 중에 떠 있으면서 곤충의 소화력을 방해하거나 입맛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물리적 방어 중에는 세포벽을 두껍게 해 갉아먹기 어렵게 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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