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손님이 없어요…' 시름에 잠긴 조선소 주변 전통시장

입력 2018-09-14 16:35  

'추석 손님이 없어요…' 시름에 잠긴 조선소 주변 전통시장
조선업 근로자 5년 만에 절반 '뚝'…손님 70% 줄고, 대목 분위기 실종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조선 경기가 안 좋으니까 사람들 다 떠나삐고, 남은 사람들은 지갑을 안 여는데, 추석이고 뭐고 할 것도 업심더."
추석 연휴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조선 경기 침체 그림자가 깊게 드리운 울산 동구 전통시장은 대목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시 동구의 최대 전통시장인 동울산시장은 14일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주변에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 3곳에서 주민들이 나와 제수를 미리 장만한다든지 차례상에 올릴 과일이나 고기를 주문할 만도 했지만 시장을 찾는 손님은 드물었다.
인적 끊긴 과일가게를 지키던 상인 김모(75·여)씨는 "3∼4년 전만 해도 안 이랬는데 지금은 장사랄 것도 없다"라면서 "문을 닫을 수가 없으니 그냥 나와 있는 거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생선가게도 장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이 시장에서 7년째 생선을 팔고 있는 박모(60·여)씨는 지난해 추석보다 손님이 70% 이상 줄어 장사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생선은 보통 일찍 준비하기 때문에 이맘때면 미리 제수용 생선을 골라서 말려놓곤 한다"라며 "작년에는 50명가량 선주문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런 추석은 또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며칠이 지나 추석 직전이 돼도 예전 같은 대목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소비자 수가 줄었다. 이 시장은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직원과 가족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 직원 수는 2013년 전후로 6만명가량이었지만, 현재는 절반가량 감소했다.
게다가 올해는 정규직 근로자 2천600명이 근무하는 해양사업부(해양공장)가 지난달 말 작업 물량이 없어 가동 중단에 들어간 이후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3천 명에 이르던 협력업체 근로자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 씀씀이도 줄어든 현실이다.
경기 침체 이후 현대중공업 직원들 잔업과 주말 특근 등이 사라지면서 임금 역시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장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현대중공업 직원의 아내는 "임금이 20% 가까이 줄어들다 보니, 뭐든지 사기가 망설여진다"라며 "추석 상여금이 나오긴 하지만 대출금 갚는 게 우선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여름 폭염과 태풍으로 쌀이나 과일,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지갑을 여는 횟수가 더 줄어드는 분위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유통정보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울산에서 판매되는 쌀(20㎏) 소매 가격은 5만1천600원으로 지난해 추석 일주일 전 3만7천600원보다 27.1% 올랐다.
또 이 시장에서 판매하는 애호박 1개 가격은 현재 2천500원 정도로 지난해 1천500∼2천원보다 다소 비싸다.
조선 경기 침체에 소비자 감소,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상인들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상인들은 "생선 3마리 사던 사람이 1마리만 사고, 3㎏짜리 사과 박스에서 사과 한 봉지로 손이 작아졌다"라며 "추석이 지나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cant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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