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골동품 판매점 '장깡' 운영하며 3천여만원 기부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나도 형편이 어려워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며 학교에 다녔어요. 그 시절을 생각하면 힘든 사람들을 작게라도 꼭 도와주고 싶었죠."
출시된 지 20년은 넘어 보이는 TV, 이제는 파는 곳을 찾아보기 힘든 괘종시계, 유행 지난 옷가지와 놋그릇들.
광주 대인시장 공영주차장 안쪽 거리에 자리 잡은 상점 '장깡'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은 물건들이 놓여 있다.
대인시장에서 각각 30여년, 26년째 장사를 하는 정안식(73)씨와 김선옥(54·여)씨가 힘을 합쳐 장깡의 문을 연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당시 젊은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오랜만에 시장이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정씨 부부와 김씨 부부는 시장과 이웃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씨는 가게 앞에 둔 탁자와 화분 등을 사겠다는 사람들을 보고 '집에서 더는 쓰지 않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을 모아 팔아보기로 했다.
작은 그릇은 500원, 옷과 신발은 무조건 1천원, 사람 키만 한 괘종시계는 1만5천원.
낡은 물건이지만 잘 닦아 진열해놓으니 필요하다고 헐값에 가져가는 사람들이 제법 생겨났다.
주로 정씨가 고물상이나 물건을 주겠다는 곳에 직접 찾아가 자전거로 실어오면, 판매는 정씨와 김씨가 번갈아가며 했다.
매월 18만원인 상점 임대료를 메꾸기 어려운 달도 있었지만 한 푼 두 푼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2008년 9월 처음으로 충장동사무소에 문의해 수익금 109만5천200원을 털어 소외된 이웃에 신발·양말·아동복 등을 전달했다.
이웃 상인, 학교 교사 및 대학교수, 공공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독거노인 50명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거나 연탄 5천장을 기부하고 이웃 상인들과 함께 김치 60상자를 담가 기부했다.
2009년 11월부터는 장학금 기부도 시작했다.
한 해에 적게는 3차례, 많게는 7차례씩 지난 10년간 기부한 금액만도 3천여만 원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14일에도 지역 중학생 2명에게 장학금 80만원을 전달했다.
정씨와 김씨는 서로 자신은 한 일이 별로 없다며 공을 미뤘다.
정씨는 "나 역시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먹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이루고 셋방살이하며 자녀 3명을 키웠다"며 "이 나이에 자전거로 고물 싣고 오는 일이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이웃에 작은 도움이라고 주고 싶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