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료웰니스 등 럭셔리관광 추진…면세점 송객수수료 규제
한국형 DMO모델 지역관광 활성화…무슬림 등 시장다변화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은경 기자 = "관광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지역관광지 개발을 활성화하고 공연·의료웰니스 관광 등 고급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올해 5월에 취임한 안영배(56)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임기 내 꼭 해야 할 부분은 한국관광의 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홍보비서관과 국정홍보처 차장 등을 역임한 소통의 전문가다. 3년 임기의 관광공사 사장에 취임한 지 넉 달 만에야 첫 언론 인터뷰를 할 정도로 신중한 행보다. 그는 준비됐다는 듯 한국 관광산업의 현주소에 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국가 전반에서 주요 도시를 고급 관광지로 탈바꿈하겠다는 큰 그림을 펼쳐놓았다.
안 사장은 "한·중 간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 여파로 방한 외래관광객이 지난해 390만 명 줄었다"며 "현재 관광산업 자체가 어렵고 질적인 경쟁력도 다소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2000년대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비지트 재팬(Visit Japan) 관광국'을 표방하고 자발적으로 관광과제를 개선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관광 투자가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비자 문제나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에서 일본보다 유연하지 않습니다."
한국관광 발전을 위한 우선 과제로 '지역관광지 개발 활성화'를 제시했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 관광객의 78%가 서울에 집중돼 지방으로 방한 외래관광객을 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통문제와 숙박 안내 등 이런 인프라가 개선돼야 하고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도 있어야 합니다."
안 사장은 "교통 개선을 위해 지역 거점이 될 공항부터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은 국제노선이 있는 공항이 29개로 1990년대부터 전폭 지원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8개 공항 중 대다수가 취약하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전향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사장은 소통의 전문가답게 중요 도시를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 중심의 특별한 관광지로 바꾸는 개발 계획을 세웠다.
"관광산업은 매력 있는 콘텐츠가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 성장할 수 없습니다. 관광 콘텐츠(소프트웨어)를 중심에 놓고 하드웨어가 따라가는 방식의 '관광중심형 도시재생'을 추진하겠습니다."
그는 "앞서 일본은 2015년부터 DMO 모델(지역 마케팅 기구)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공사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업계, 지역주민 간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는 한국형 DMO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범 사업으로 하려 한다"고 밝혔다.
공사는 관광 서비스와 시설의 질을 높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를 도입했다.
안 사장은 "지난 6월 법 개정이 이뤄진 만큼 84개에 이르는 개별인증제를 표준화하겠다"며 "페널티 위주가 아니라 개선 방향을 컨설팅해주면서 질을 높여 제대로 된 숙박과 음식, 쇼핑에 대한 품질인증이 이뤄지면 글로벌 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럭셔리관광 시장도 키워나가겠다"며 "공연관광업계가 반 토막이 났지만, 올해 120만 명을 목표로 추진하고 의료관광의 경우 힐링까지 더해 의료웰니스로 확대해 키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저가관광 문제는 단체관광 활성화 후 면세점, 쇼핑몰에서 주는 송객수수료가 20%가 넘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현재 3개 법안이 발의됐는데, 관세청 소관으로 면세점 송객수수료를 적정한 선에서 규제, 조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시장은 방한 관광객의 다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중국 관광객의 정상 회복도 중요하지만, 시장 다변화를 추진해 동남아시아와 무슬림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습니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무슬림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할랄식당 확산과 여행 편의시설 개선 노력도 필요합니다."
공사는 작년 86만 명이 다녀간 무슬림 관광객을 올해 100만 명까지 늘리고 2016년 807만 명에서 작년 417만 명으로 줄어든 중국 관광객도 올해 500만 명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안 사장은 또 "남북교류의 본격 활성화에 대비해 한반도 관광을 추진하고자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한반도관광센터를 신설했다"며 "한반도 관광 현실화를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세계적인 평화관광 브랜드로 만드는 데 동참하고 금강산관광도 차분하게 대비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18∼20일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포함됐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사는 20일 3개 광역시, 1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와 DMZ 평화관광추진협의회를 발족한다.
안 사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관광벤처 육성 사업비를 올해 20억 원에서 내년에 35억 원 정도로 늘려 벤처 기업을 올해 70여 개, 내년에 100여 개 이상 발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ndigo@yna.co.kr,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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