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처·주소 그대로 노출하는 '룸메찾기 앱'…"범죄악용 우려"

입력 2018-09-16 10:45  

연락처·주소 그대로 노출하는 '룸메찾기 앱'…"범죄악용 우려"
혼자 사는 여성 범죄표적화…낯선 남성들 연락 차단했지만 불안감 시달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 모(25·여) 씨는 3주 전 룸메이트를 구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여성 룸메이트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가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지금도 혼자 살고 있느냐', '근처에 사는 데 관심이 있어서 그런다', '서로 좋으면 같이 동거하자'는 내용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김 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집 주소가 적혀 있는 글을 보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씨가 글을 올리고 나서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연락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앞서 중년 남성이 '한번 만나보고 싶다'라거나, 중년 여성이 '동네 친구가 필요하다'며 연락을 해온 적이 있었다.
앞선 두 사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겼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카카오톡을 차단하자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다. 결국 김 씨는 룸메이트 구하기를 포기하고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김 씨는 여전히 이 남성이 자신의 집 주소를 알고 있다는 것이 두려워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도 직접 피해 본 게 없으니 혼자 전전긍긍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한다.
연일 치솟는 집값에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고 월세살이를 하는 20∼30대 청년들이 방값이라도 아껴보려는 마음에 동거인을 구하는 앱을 활발히 이용하고 있는데, 보안이 취약한 편이라 이용자들이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들에 가입하려면 우선 휴대전화 번호로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 가입 후에는 글을 읽고 쓰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여성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글도 성별에 상관없이 확인할 수 있다.
글을 올릴 때는 집 주소와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는데 이는 다른 회원들에게 그대로 공개된다. 일부 이용자들은 집 주소를 동·호수까지 정확하게 입력하거나 지도에 집의 위치를 찍어서 보여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가 담긴 글을 온라인에 올릴 때 이용자 스스로 주의해야겠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서도 보안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게시물에 개인정보를 자세히 써서 올리는 것은 '내가 어디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광고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리는 범죄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성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은 여성만 볼 수 있게 설정한다거나, 다른 배달 앱처럼 안심번호를 사용하는 방법 등으로 보안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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